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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단발령…군대머리…두발자유화

입력 | 2005-05-28 03:10:00


두발 자율화 문제는 언제나 수업에 활용하기 좋은 토론거리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고생들에게 두발 규제는 민감한 사항이다. 학교에서 ‘학생다운 머리’란 일반적으로 남학생은 스포츠, 여학생은 단발 커트 스타일로 통한다. 그런데 학생 머리는 짧아야 한다는 그 같은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학교의 탄생’(휴머니스트)은 ‘학생 머리’의 역사적인 기원을 설명해 준다. 1895년, 고종은 ‘위생에 이롭고 작업에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단발령을 단행한다. 짧은 머리는 사실 위생개혁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발은 생활 전반의 개혁을 뜻하기도 했다. “무쇠골격 돌 근육 소년 남자야. 문명의 정신을 잊지 마라. 덕을 닦고 지혜 길러서 문명의 선도자가 되어봅시다.” 당시 학생들이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 때 부르던 노래란다. 논조가 “단정한 머리로 공부 열심히 해서 나라의 인재가 되어라”라는 지금 선생님들의 훈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나남)은 또 다른 혜안을 준다. 근대화는 ‘사회의 군대화’와 통하는 면이 있다. 학교 공장 감옥 등 사회 조직은 군대의 훈육 방식을 답습했다. 행동의 모범을 하나하나 규정하고 그대로 인간을 개조시키는 군대는 근대사회의 이상(理想)이었던 탓이다. 학생 두발 규정이 군인 두발 규정과 비슷해진 이유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은 창의성과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다. 이제 군대식 훈육은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교육방식으로 통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비폭력 교과서’(부키)는 새로운 학교 문제 해결방식을 제시한다. 저자 아키 유키오는 갈등상황에서 서로를 무시하거나 상처주지 말고 상대의 양심에 호소하라고 권한다. 책에는 분노 표현하기, 짧은 글로 대화하기 등 다양한 ‘비폭력 트레이닝’이 소개되어 있다. 두발 문제로 날카로워진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권할 만한 대화 훈련 방법이다.

두발 자율화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이 어떻게 결론 나는지는 우리네 학교의 대화 문화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겠다. 긍정적인 결말을 기대해 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