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장애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행’ 행사에 참가한 오희심 씨와 남매가 이날 파트너가 된 시각장애인 송이(왼쪽에서 두 번째)의 손을 잡고 서울 아차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복지재단
28일 토요일 오전 9시 반 서울 광진구 아차산 만남의 광장.
‘장애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행’을 신청한 가족과 장애인 등 230여 명이 광장을 찾았다.
이 행사는 동아일보사와 서울복지재단이 추진하는 ‘행복나눔네트워크 캠페인’의 일환.
주5일 수업제에 따라 이날 학교에 가지 않은 박지영(12·서울 가락중1) 양, 현기(11·서울 가락초5) 군이 엄마 오희심(43·여·서울시농수산물공사 대리) 씨와 함께 왔다.
이들은 송이(가명·한빛맹아원 초등부 6년) 양과 파트너가 됐다. 송이 양은 시각장애 1급으로 태어날 때부터 각막에 이상이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생일이 빨라 1년 먼저 초등학교에 입학하긴 했지만 지영이와 송이는 1993년생 동갑내기. 엄마가 시키기 전에 지영이와 현기가 송이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산행에 나섰다.
“송이야, 여기부터 계단 시작이야. 턱이 꽤 높으니깐 조심해. 계단은 5개야.”
목표 지점인 아차산(해발 316m) 팔각정까지는 급경사 없이 완만한 길이 이어지는 쉬운 코스. 그래도 두 아이는 혹시나 송이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싶어 두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는다.
“현기야, 갑자기 좋은 향기가 나는데 어디서 나는 거야? 꽃이야, 나무야?”
호기심 많은 송이가 묻자 현기는 향기가 나는 곳으로 잽싸게 뛰어가더니 작은 꽃 한 송이를 꺾어 왔다.
“원래 꺾으면 안 되는데 누나 때문에 몰래 꺾어 왔어. 만져 보고 향기도 맡아 봐. 근데 이름은 모르겠다. 내가 식물도감 찾아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50여 분의 산행 끝에 아차산 중턱에 있는 팔각정에 도착했다. 지영이는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나름대로 비유를 곁들여 송이에게 귓속말로 설명해 줬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정자라고 ‘집 같은 곳’이야. 창문은 없고 전망을 볼 수 있게 사방이 다 뚫려 있어. 저 멀리 올림픽대로가 보이고 한강이 보인다. 집과 도로가 개미처럼 아주 작게 보여.”
오 씨는 “주말에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라며 “앞으로도 여건이 닿는 한 계속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복한 산행은 오후 2시경 점심식사를 마치고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진 뒤 끝났다.
서울복지재단 박미석(朴美碩) 대표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자원봉사는 가족 간의 유대는 물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보는 교육적인 효과가 높다”며 “학생들의 토요 휴일에 맞춰 가족자원봉사를 하는 가족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가족은 서울복지재단(02-738-3181)에 물으면 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