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이란 한 가족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정선기 씨 부부. 아이들은 가족을 얻었고 정 씨 부부는 사랑을 얻었단다. 왼쪽부터 부인 안나오미 씨, 둘째 결이, 첫째 새날이, 정씨, 셋째 휼이. 전영한 기자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사는 정선기(34·서울여대 대학교회 부목사) 안나오미(32·주부) 씨 부부는 맞선으로 만나 데이트하면서 ‘미래이력서’를 작성했다.
2001년 첫아이인 딸을 출산하고 2년 뒤 둘째(아들)를 시작으로 2011년 다섯째(딸)까지 네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 TV에서 해외입양아 프로그램을 보고 부끄러웠습니다. 어차피 결혼할 테니까 아이들을 입양해 그들의 슬픔을 품어보겠다고 결심했죠.”(정 씨)
그러나 2001년 10월 딸이 아닌 아들 결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미래이력서’대로 입양을 준비했다. 결이와 10개월 정도 차이가 나는 여자아이가 있다고 해서 한 보호시설을 찾아갔다. 시설 놀이터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안 씨의 시선을 끌었다. 36개월 치고는 작은 편이었고 바로 그 아이가 새날이었다.
새날이는 첫날부터 말썽을 피웠다. 27개월 이상 된 입양아가 걸리기 마련인 애착반응장애였다. 엄마가 자기를 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엄마를 거부하는 증상이다.
정 씨는 새날이가 예뻤다. 그러나 정 씨가 출근한 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것은 안 씨였다. 그래서 새날이를 완전히 안 씨에게 맡겼다.
안 씨는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새날이는 음식을 토하거나 일부러 똥을 싸기도 했다. 이웃 사람들에게는 엄마가 밥을 굶긴다고 말하고 다녔다. 결이는 예쁜 짓을 통해 관심을 끌려는데 반해 새날이는 미운 짓을 해 관심을 끌려 했다. 유치원에서 새날이가 결이를 못살게 구는 것은 물론이다.
정 씨 부부는 올해 2월 성가정입양원에서 셋째 아이인 휼이를 입양했다. 미혼모의 9개월짜리 남자아이였는데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데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 입양될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휼이가 온 뒤 새날이가 훨씬 수월하게 굴었다. 먼저 변한 것은 안 씨였다. 휼이를 돌보려다 보니 새날이의 행동을 참을 만한 여유가 생겼고 잔소리도 줄어들었다. 새날이도 결이와는 싸워도 휼이는 잘 보살폈다. 딸이 사랑스러워졌다. 아이들 때문에 행복했다.
새날이에게 “결이는 어디서 나왔지” 하고 물으면 “엄마 뱃속에서”하고 답한다. “새날이와 휼이는” 하고 물으면 “엄마 가슴에서”라는 답이 나온다.
새날이가 엄마에 대한 애착이 없다 보니 휼이나 결이를 질투하지도 않는다. 새날이가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정 씨 부부는 안다. 새날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홈스쿨링을 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새날이나 휼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다.
“입양부모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는 것은 아닐까요. 입양아들도 자기 정체성을 깨달아야 방황하지 않지요. 친지들이 배려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놀리거나 하면 울지 않도록 매일 대꾸하는 연습을 합니다.”
‘너 주워 왔지. 진짜 엄마 아니지’하고 누가 물으면 ‘우리 진짜 엄마 아빠 맞거든. 난 입양됐어’ 하고 말하는 식이다.
안 씨가 “입양이 뭐지” 하고 묻자 새날이는 또렷하게 대답했다.
“입양은 헤어지지 않는 것, 가족이 되는 것이랍니다.”
내년에 또다시 새날이를 위해 여자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이들에게 입양은 가족을 키워가는 방법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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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어떻게 하나요?▼
정선기 안나오미 씨 부부처럼 공개 입양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입양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 입양을 하려면 입양할 자격을 갖춰야 한다. 자격은 결혼한 부부로 △나이는 만 25세 이상, 혼인신고를 한 뒤 3년 이상 △아이와의 연령 차이가 50세 미만 △자녀 수는 입양아를 포함해 5명 이하다.
그러나 양부모의 주변 환경과 정서적 환경이 양육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진행과정에서 입양신청이 취소될 수 있다.
입양기관에 문의하면 입양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자격을 갖춘 부부는 입양상담원과 시간을 정해 면접한다. 면접 후 호적등본 등 구비서류를 갖춰 입양기관에 접수한다.
입양부모교육을 받은 뒤 아이와 선을 본다. 상담과 서류 등 관련 절차를 통해 최종적으로 양부모로 결정되면 아이를 입적시킬 수 있다. 친자입적과 양자입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입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입양확신서’를 통해 입양아와 관련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입적된 호적을 입양기관에 제출함으로써 공식적인 입양절차는 끝나게 된다.
공개입양 부모모임인 ‘한국입양홍보회’(www.mpak.org)를 통해 입양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모임에는 200여 입양가정이 가입해 입양생활의 고민과 정보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