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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충식]일본의 '독도 양심'

입력 | 2005-06-01 03:07:00


“일본은 소리 스테이트(사죄 국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표현이다. 일본은 습관적으로 한국 중국에 대해 사죄를 거듭해 왔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의 망언이 되풀이 되어 일왕이나 총리의 사죄는 빛이 바랜다. 겉으로는 수그리고 속으로는 뭘 잘못했느냐고 짜증내는 것처럼 돼버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도 학문적 양심을 지키는 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독도 영유권에 관해 한국 땅이라고 확실히 말해 온 학자가 있다. 교토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호리 가즈오(堀和生) 씨가 대표적이다. “조선 문헌에 독도가 등장하는 것이 일본보다 200년 정도 이르다. 에도 막부가 1696년 울릉도 독도에 도항(渡航)을 금지시킬 때 조선 땅임을 인정했다. 일본 어민들이 일본 땅이라고 기록한 것은 영토 주권과는 무관하다” 등등. 그는 일본이 “독도가 애초 일본 땅”이라고 하다가 “무주지(無主地)이므로 선점했다”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라고 지적한다.

▷시마네대 명예교수인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 씨도 같은 입장이다. 독도 문제로 시마네 현이 들끓던 시점에도 ‘한국이 맞다’는 칼럼을 썼다. 그는 “일본 기록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것에는 한국 땅임을 뒷받침하는 게 숱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에도 시대의 시마네 어민들도 도항금지령이 있고서는 조선 땅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는 시마네 현의 1905년 고시(告示) 이전에는 단 한번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쓰다주쿠대의 일본근현대사 연구가인 다카사키 소지(高崎宗司) 교수는 아예 “독도를 한국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시마네 현이 편입시킬 때 한국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부당했다. 국제법상 일본인 나카이(中井)가 이주한 곳이므로 점령 사실이 있다고 하나 그것은 허구라고 지적한다. ‘소리 스테이트’에도 이런 양심은 살아 있다. 하지만 그런 양심의 소리조차 갈수록 내셔널리즘에 묻혀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