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위원장.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下止)더니, 만만한 게 위원회인지 지금 위원회는 동네북이다.”
행담도 개발사업에 동북아시대위원회가 개입한 것을 두고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위원회를 총괄하고 있는 이정우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1일 “위원회가 한 일 중에는 일부 비판받을 일도 있으나, 지금의 강풍은 상궤를 벗어난 광풍에 가까워 국민에게 유해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위원회는 나라의 희망이다. 일부에서 ‘아마추어’ 운운하지만 번지수가 틀린 비판이다. 아마추어 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그러니 오히려 아마추어가 희망이다.”라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참여정부가 과거정부와 크게 다른 점은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정책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인데, 첫 해부터 시도 때도 없이 위원회가 도마에 오르더니 이번에 행담도 사건으로 그 비난이 절정에 이른 느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위원회는 약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효능이 비용을 압도하는 조직”이라며 “위원회가 추진하는 100대 국정과제는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위원회에 쏟아진 주요 비판은 과잉, 옥상옥(屋上屋), 무소불위, 월권, 아마추어정부, 무책임, 정책혼선 등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실상을 모르는데서 오는 것이거나 아니면 과거 독재 정부의 모습에 익숙해진 데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위원회의 과잉' 문제에 대해 “참여정부 이후 10개가 새로 생기고 5개가 없어져 실제 늘어난 것은 5개뿐”이라며 “12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평균 예산은 20억원으로 인원이나 하는 일에 비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국가 장래를 놓고 불철주야 토론하는데 예산이 넉넉지 못해 회의비, 밥값조차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도 일부 야당은 약소한 예산을 파헤치고 삭감하는데 유별난 노력을 쏟고 있으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월권’ 논란에 대해서 그는 “25개 부처에 무슨 위원회가 12개나 있어 일하는데 발목을 잡느냐고 하지만 사실은 월권이 아니라 소통”이라며 “정책수립은 위원회와 부처의 공동작업이지 결코 독단적으로 할 수 없고 위원회와 부처의 관계는 아주 보완적이고 협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위원회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무책임론’에 관해서는 “부처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책수립과정에서 검증을 거칠 뿐 아니라, 감사원의 사무 및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며 “집행 조직도 아닌데 이 이상 어떤 견제와 검증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정책혼선’에 대한 비판에도 “걸핏하면 ‘정책혼선’운운하는데 과장이거나 평지풍파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정책형성과정에서 얼마든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백가쟁명의 토론은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조차 참지 못하고 혼선이란 딱지를 예사로 붙이는 게 우리 지성계, 언론계의 현주소”라며 “우리 머릿속에 독재시대의 일사불란했던 정책추진에 대한 향수가 뿌리 깊이 남아있는 게 아닌지 반성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위원회의 장점을 열거했다.
그는 “△위원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정운영을 가능케 해주고 △과거처럼 실세가 전횡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토론정부의 핵심이고 △난마처럼 얽힌 부처 간 조직간 다툼에서 조정자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에서 “지금 일부 학자들과 언론은 행담도 사건을 기화로 위원회 때리기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 논리의 비약과 과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위원회는 나라의 희망이며 ‘아마추어’가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희망을 준다. 미운 오리새끼가 커서 오리가 될지 백조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니 미리 단정하지 말자”고 요구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