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 ‘노홍철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 말의 몇 가지 뜻풀이를 소개한다.
①말할 때 상하좌우 고개를 흔들며 최대한 숨넘어갈 듯 얘기하는 모습을 일컫는 형용사. ②누구나 보면 “형님”하고 찰싹 달라붙어 “좋아, 가는 거야!”를 외치는 모습. ③몸에 난 각종 털들을 길러 최대한 멋스럽게 가꾸는 사람.
유행 신조어의 주인공인 노홍철(26)을 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②번에 소개된 뜻풀이 그대로 행동했다.
“아, 형님∼ 그러니까요. 제가 5분이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럼 우리 시작해볼까요? 좋아, 가는 거야∼.”
○ “재미있으니까 하는 것뿐이죠. 우헤헤”
“제가 최근에 목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어요. 근데 의사 선생님이 목 많이 상했다고 저더러 무조건 입 다물고 살래요. 근데 저처럼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입 다물고 있다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형님?”
2004년 7월 m.net VJ로 데뷔. 1년도 채 안돼 MBC에서만 ‘일요일 일요일 밤에’, ‘토요일’, ‘놀러와’ 등 세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제야 그의 목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오히려 이상할 따름이다.
“‘노홍철’의 정체요? 그저 좋아하는 것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전 방송인을 꿈꾼 적도 없고 연예인이 되겠다고 버둥댄 적도 없어요. 제가 제 멋대로 노는데 돈을 주니 얼마나 즐거워요. 헤헤.”
그의 좌우명은 ‘재미있지 않다면… 왜 하는 거지?(If it is not fun, why do it?)’.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 그의 파란만장한 이력을 아는 것이 필수다. 2002년 5월 군 제대 후 ‘홍철닷컴’이란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플레이 매니저’(놀기 컨설턴트)로 변신, 형광팔찌와 목걸이 등 발광물질을 종합해 ‘홍철 눈부셔 세트’, 각종 폭죽을 묶어 ‘홍철 팍팍 세트’ 등 기발한 제목을 달아 일주일 만에 100만 원어치를 팔았다.
○ “대한민국 정서에 맞지 않아 죄송”
신원건 기자
인터뷰 도중 옆 테이블의 여대생 두 명이 통장과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와 사인을 부탁했다. 그가 아무리 연예인이 아니라고 주장해도 그는 어느 덧 유명인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의 정신없는 자유분방함을 볼썽사나워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저도 가끔 걱정돼요. 지난해 MBC 연예대상 신인상 수상 때도 ‘대한민국 정서에 맞지 않는 캐릭터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가식적으로 점잖은 체하면 제 몸에서 두드러기 날 걸요.”
노홍철은 매니저도 코디네이터도 없다. 자칭 ‘매니저이자 코디, 그리고 방송인’이라 주장하며 세 가지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가끔 ‘너도 사람인데 왜 매일 웃느냐’라는 질문을 받아요. 그럴 때면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답합니다. 제게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목에서 피가 나와도 잘 모르고, 물건 파는 게 좋으니까 밤에 코피가 나도 즐거운 것뿐이죠. 형님, 두 유 언더스탠드?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