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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영화 ‘형사’ 촬영장에서 만난 강동원-하지원

입력 | 2005-06-02 03:28:00

사진제공 영화인



“처음 동원이를 만났는데 눈이 슬프더라고. 그걸로 다 됐지 뭐.”(이명세 감독)

배우 강동원(24)이 이명세 감독의 신작 ‘형사’에 주연으로 선정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극중 주인공의 이름이 ‘슬픈 눈’이었으니….

지난달 27일 경기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영화를 찍는 이명세 감독의 시대물 ‘형사’의 막바지 촬영이 계속되고 있었다.

조선시대 장터를 색감 있게 꾸민 500평 규모의 야외 세트에서 ‘슬픈 눈’ 강동원은 초록빛이 은근히 도는 검은색 도포에 장도를 메고 서 있었다. 186cm 큰 키의 그는 눈을 거의 가리다시피 한 가발을 쓰고 있었지만 ‘예뻤다’. 현장 스태프가 “여주인공 하지원보다 예쁘니 어떻게 해…”라며 탄식할 정도였다.

자객인 그는 극중 이름이 드러내듯 대사보다는 눈과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많다. 평소 숫기 없고 말수 적은 것으로 유명한 강동원은 촬영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음…” “어…”하는 추임새가 더 길었고 보다 못한 선배 안성기(53)가 종종 답을 거들었다.

“이 역은 손끝으로도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해야 하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배운 무용과 무술이 큰 도움이 됐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몸의 리듬을 탈 수 있었고, 결국은 제 리듬까지 찾았어요.”(강동원)

극 중 안 포교로 등장하는 안성기는 “동원이는 평소 말수가 적고 느려서 답답한데 그래서 영화 속 ‘눈빛’ 연기가 더 빛난다. 굉장히 매력적이다”고 칭찬했다.

2년 전 TV드라마 ‘다모’에서 조선시대 여형사 역을 맡았던 하지원(26)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형사 남순 역이다. 이날은 변장을 하고 시정을 탐색하러 나온 장면이어서 기생 옷차림에 햇빛을 가리는 전모를 썼다. 햇볕에 그을린 듯 까무잡잡한 얼굴이 건강해 보였다.

“영화와 드라마는 별개예요. ‘다모’의 채옥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을 찍었어요. 다만 감독님이 제가 여자라는 것을 잊어버리시는지 담에서 뛰어내리라는 주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세요.”(하지원)

이 감독은 촬영 시작 전부터 “이 영화의 연기는 팬터마임과 비슷하다”며 주연배우들의 움직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강동원과 하지원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탱고와 선무도를 배웠다. 정오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연습이 계속되는 강행군이었다.

그간 ‘늑대의 유혹’ 같은 청춘영화나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같은 코미디에 얼굴을 비췄던 강동원. 그는 “감독님을 만나 행복하다. 촬영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원도 “배우가 땀을 흘릴수록 관객이 그것을 알고 더 사랑한다는 감독님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고 밝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가짜 돈을 유통하는 병조판서의 ‘오른팔’ 강동원과 이를 수사하는 여형사 하지원의 사랑과 음모, 그리고 대결을 그린 영화 ‘형사’의 촬영은 6월 중 끝난다. 9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