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들이 학부모에게서 금품 또는 접대를 받고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거나 족집게 과외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초부터 서울 동작구 K고(사립)의 교사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 방배경찰서는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수학교사 이모(59) 씨와 국어교사 이모(62) 씨 등 교사 3명에 대해서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학부모회를 통해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고모(53) 씨 등 교사 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시험문제 유출=경찰에 따르면 수학교사 이 씨는 지난해 학부모회 간부인 박모(43·여) 씨에게서 접대를 받은 뒤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박 씨의 아들을 불러 시험문제를 찍어줬다.
국어교사 이 씨는 2003년 1학기 중간고사 시험지를 복사해 나눠 주고 박 씨의 아들 등 학생 3명에게 영어와 과학 과목 과외교사를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알선으로 족집게 과외를 한 이모(58·수배) 씨에게서 학생 1인당 40만 원씩 받았다. 박 씨 아들은 이 과외를 통해 영어 19문제 중 15문제를 사전에 알아낼 수 있었다.
노모(55) 교사 등 2명은 학생회장 경력이 대입 수시전형에 가산점이 붙는 점을 이용해 학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특정 학생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 준 혐의다.
▽조직적 금품수수=고 씨는 1학년 부장이던 2003년부터 최근까지 동료 교사 5명과 함께 학부모회를 통해 모두 4000여만 원을 모금했다. 이 돈 가운데 3600만 원은 스승의 날, 수학여행 경비 명목으로 사용했다.
다른 학부모에게서 돈을 걷어 고 씨에게 건넨 학부모 박 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고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아들을 다니게 하려고 학교 근처의 가구점 주소로 위장 전입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음악교사 이모(48) 씨는 음악 성적을 잘 받도록 하겠다며 무료 음악회 관람권을 학생에게 8000∼2만 원씩 받고 판매해 수십만 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특징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시험지를 유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료 및 학부모와 함께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