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의 눈으로 본 베니스는 어떤 모습일까.
어느새 해는 수평선 위에 반쯤 걸쳐있다. 산 마르코 광장은 서서히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저녁 햇살을 머금은 훤칠한 성당의 종탑에선 금빛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 작렬하는 빛은 비스콘티 영화의 첫 장면에 나오는 비극적 열정을 예고하는 그 빛과는 다르다. 그 빛은 설렘의 빛이다. 모든 이의 억압된 욕망을 해소하는 경쾌한 일탈이요, 포용의 피날레다.
이 책은 한 미술사학자가 피렌체, 톨레도(마드리드), 암스테르담, 파리, 런던, 베니스 등 서양예술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6개 도시를 답사한 여행의 궤적이다.
지은이는 시각예술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면서 정치, 사회, 문화사적 맥락을 탐색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 글·사진 정석범/ 221쪽/ 13,800원/ 루비박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