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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출신 김민갑씨 ‘식물의 괴사과정’ 셀誌에 발표

입력 | 2005-06-03 03:06:00


‘셀’ ‘네이처’ ‘사이언스’. 과학자로서 평생 한 번 논문을 내기 어렵다는 세계 3대 과학전문지다. 최근에는 이들 ‘빅 3’ 전문지에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한국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도 지난해와 올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해 세계 학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연구팀은 남다른 면이 있다. 이 대학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민갑(36) 씨는 식물에 병균이 침입할 때 작동하는 새로운 방어메커니즘을 밝혀 ‘셀’ 2일자에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연구팀에서 배출된 박사과정생들은 2002년부터 1년에 한차례씩 ‘네이처’와 ‘셀’에 논문을 게재해 왔다. 이들에게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일까.

김 씨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에 박테리아(Pseudomonas syringe)를 감염시켰다. 보통 박테리아는 식물 세포막에 ‘이펙터 단백질(effector protein)’을 분비한다. 이때 정상적인 식물에서는 ‘저항성 단백질’이 이를 인식하고 조기경보체제를 가동시킨다. 침입 부위의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해 더 이상 박테리아가 발붙일 수 없게 만든다. 여기까지가 기존 연구자들이 밝힌 바다.

김 씨는 저항성 단백질이 없을때 식물이 박테리아에 의해서 어떻게 죽는가를 규명했다.

만일 저항성 단백질이 없다면 식물은 온 몸에 박테리아가 퍼져 죽게 된다. 결과적으로 식물이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무기(PR 단백질), 스스로 두텁게 세포벽을 만드는 방패(칼로스), 그리고 이펙터 단백질의 존재를 알려주는 전령(RIN4)의 기능이 정지된다는 것.

김 씨의 석사논문을 지도한 이상열 교수는 “남들이 관심을 쏟지 않는 연구주제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 연구팀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1996년 조무제 교수(현 경상대 총장)와 이 교수는 자연대에 응용생명과학부를 만들면서 ‘그들만의 강점’인 식물 연구에 매달렸다. 1946년 국립 진주농과대학에서 출발한 경상대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작물 연구가 전략 분야. 특히 병균에 저항하는 보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병에 걸리지 않는 작물 개발. 김 씨 역시 “농약 없이 농사짓는 방법을 찾고 싶다”며 “어린 시절 농약을 살포하다 쓰러지는 동네 아저씨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역량은 세계 무대에서 잘 알려져 있다. 5월 미국 퍼듀대와 미주리대 측은 각각 경상대를 방문해 ‘복수 박사학위제’ 협정을 체결했다. 경상대 학생이 이들 대학에서 1학기 연구 등의 조건을 갖추면 박사학위가 동시에 수여된다.

이 정도면 대학원생들이 처음부터 상당히 수준 높은 연구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학생이 흥미를 갖는 ‘작은 주제’를 선정해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게 하고 차츰 국제 학술지로 수준을 높여가는 ‘눈높이 교육’이 필수였다는 설명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