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17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 통일대축전’에 참가할 방북단의 규모를 줄여 달라는 북측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2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 등이 참가하는 연쇄 회의를 잇달아 열고 당국 대표단 축소는 수용하되 민간 대표단의 규모는 당초 합의대로 유지하는 것을 북측에 요구한다는 기본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3일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행사의 중심은 민간이며, 당국 대표단은 어디까지나 ‘부록’”이라며 “당국 대표단 참가자 수가 행사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민간 부문의 협상 결과가 존중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당국과 민간(해외 동포단 포함)을 합쳐 985명이라는 ‘대규모 대표단’의 평양축전 참가에 북측과 합의함에 따라 이번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고무돼 있었다. 그러나 1일 오전 11시 40분경 북한이 이 합의를 무시하고 방북단 규모를 320명으로 줄일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옴에 따라 당혹해 하며 ‘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약속을 어긴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당국 간 대표단 파견의 경우 남북이 지난달 개성 차관급회담에서 동시에 제안한 사안으로 지난달 28일 규모에 합의했는데 불과 사흘 만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일부 당국자들은 “이런 식이라면 우리가 약속한 비료 지원을 철회해도 북측이 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차관급회담에서 20만 t의 대북 비료 지원을 약속하고 이 중 5만 t의 수송을 완료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