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돌아왔습니다”2일 저녁 울산 남구 장생포항에 도착한 신풍호 선장 정욱현 씨(오른쪽)와 선원 8명이 서로 손을 붙잡고 만세를 부르며 무사 귀환을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
2일 오전 울산 간절곶에서 16마일 떨어진 해역에 있는 부산해경 소속 1500t급 1503함 내 사관실(함장 등 간부들이 식사하거나 회의하는 곳). 이곳에서 울산해경 김승수(金勝洙) 서장 등 5명과 일본 해상보안청 무라마쓰 바루와키 구난과장 등 4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재협상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했기 때문에 일본으로 데려가겠다”는 일본 측과 “EEZ를 침범했다는 증거가 없고 현재 배가 한국 EEZ 내에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데려가겠다”는 우리 측의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양국 협상팀이 1503함에서 대좌한 것은 신풍호에 서로 밧줄로 묶고 대치한 지 8시간여 만인 1일 오전 10시 반. 각각 통역요원 1명씩을 대동하고 협상을 벌였다. 이들은 이 배에서 자국에서 운송해온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으며, 잠도 선실에서 잤다.
협상장인 1503함 주변에는 한국 경비정 6척과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7척 등 양측 경비정 13척이 대치하고 있었다. 또 신풍호 옆에는 한국 경비정과 일본 순시선 1척이 나란히 밧줄을 묶고 대치하고 있어 해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2일 오전 11시 반 울산해경으로부터 “협상 타결”이라는 무전이 날아들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신풍호가 일본 측 EEZ 침범 사실과 임시검문에 불응해 도주한 사실에 대한 시인서를 작성하고, 일본 측에 위반 담보금 50만 엔을 지불키로 하는 보증서를 작성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1일 오전 1시 55분 울산 앞바다에서 한일 양국의 선박이 대치한 지 만 33시간 반 만이었다.
그러나 선상 협상팀은 “협상타결 사실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고, 위반 담보금 납부방법 등 세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풍호에 묶어 놓은 밧줄을 풀지 않았다. 대치 경비정들도 철수시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합의안이 백지화되는 게 아닌가”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오후 3시 반. 김 서장이 울산해경 상황실로 “2일 오후 5시 양측에서 동시에 밧줄을 풀고 자국으로 귀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무전기로 알려 왔다.
오후 5시 양국의 선박들은 대치 39시간 만에 신풍호에 묶여 있던 밧줄을 풀고 각각 자국으로 향했다. 한국 해경은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여 늦은 이날 오후 9시경 신풍호를 울산 장생포 해경 전용부두로 예인함으로써 상황은 일단 종료됐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