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조업체도 한국에 투자한 자산이 금융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규제 정비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위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는 비(非)금융주력자(산업자본)를 판별하는 기준을 ‘한국 내’ 비금융자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자산이 2조 원 이상이거나 △비금융 계열사 자본금의 총액이 그룹 전체 자본금의 25% 이상이면 은행 지분을 4% 이상 확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금감위는 이 가운데 비금융자산 기준을 ‘대한민국 내에서의 비금융 부문’으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
산업자본 판별 기준이 국내 자산만을 기초로 하게 되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라도 한국 내 제조업 자산이 2조 원을 넘지 않으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GE캐피털 등 제조업을 모태로 하는 금융 계열사도 한국에 금융업 중심으로 투자하면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금융업 전문회사가 아닌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은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외국자본이 전 세계에 갖고 있는 자산 현황을 실질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법률 개정을 통해 국내자산 기준으로 산업자본을 선별하는 방안을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법이 바뀌어도 한국 기업은 은행을 인수하기 어려워 국내자본의 역차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