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에 대한 내사(內査) 중지 결정을 내린 어제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금은 (대통령)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총리가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에 대해 경고한 형식은 눈길을 끌지만 힘센 측근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듯해 공허하게 들린다. 이 의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검찰 발표에 대한 여론 악화를 막아 보려는 ‘물타기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민간업자가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개발본부장에게 외압을 넣어 러시아 유전개발에 투자하도록 했다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철도공사 전 사장 2명을 비롯한 임직원 4명과 민간업자 1명을 구속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이 의원이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지만 해외로 도피한 허문석 씨를 조사하지 못해 내사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 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는 막을 내릴 판이다.
검찰은 발표문에서 ‘김세호 전 철도공사 사장이 이 의원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배경으로 유전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전대월에게 허문석을 소개해 이 사업이 시작되도록 했다’고 적시했다. 구속된 김 전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그가 배임을 하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을 한 인물도 배임의 공범이 된다. 허 씨의 도피로 이 의원의 ‘개입 정도 및 구체적 역할’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범으로 처벌하기가 곤란하다는 검찰의 판단도 납득되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구속된 철도공사 전 사장을 비롯한 임원 4명의 ‘개입 정도와 구체적 역할’은 어떻게 조사했는가.
김 전 사장은 이 정부 들어 고속 출세를 했고 전문기관들의 부정적인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탈법과 무리를 마다않고 민간업자들을 지원했다. 감사원은 허 씨를 출국금지시키지도 않았고, 허 씨는 도주 직전에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 씨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이 사건의 배후와 권력 실세(實勢)를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정황증거들이다.
결국 검찰 스스로 사건 처리를 특검(特檢)에 미룬 셈이다. 청와대도 특검 수용 의사를 표명한 만큼 여야는 즉각 특검법을 발동해 러시아 유전투자 의혹의 진상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