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호머의 양대 서사시는?
답=‘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문제 2=올림픽 우승자 머리에 씌워 주는 관은?
답=월계관
문제 3=오르페우스가 연주한 악기의 이름은?
답=하프
상식책이나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들은 모두 정답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유수 영어사전의 오류를 맹렬히 비판한 바 있는 이재호(영문학·사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 답들이 모두 엉터리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4일 전북 전주시 전주대 진리관에서 열리는 한국번역학회 2005년도 봄 학술대회에서 ‘문화의 오역’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이 같은 잘못을 지적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호머의 양대 서사시는 그리스어로 말하면 ‘일리아스(Ilias)’와 ‘오디세이아(Odysseia)’가 맞고, 영어로 말하면 ‘일리아드(lIiad)’와 ‘오디시(Odyssey)’가 돼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영어와 그리스어 제목을 섞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리아스는 ‘일리온에 관한 노래(서사시)’라는 뜻이며 일리온은 트로이아의 왕 일로스(Ilos)에서 나온 도시 이름으로 트로이의 별칭이다. 마찬가지로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에 관한 노래(서사시)’라는 뜻이다.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 씌워 주는 관은 월계관(crown of bay leaves=laurel)이 아니라 올리브관(crown of wild olive)이 맞다. 이 교수는 고대 그리스에는 올림피아, 피토, 이스트미아, 네미아라는 4대 축제가 있었으며 각각의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관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테네에서 열렸던 올림피아는 아테네 여신을 상징하는 올리브관, 델포이에서 열린 피토의 우승자에게는 아폴론 신을 상징하는 월계관, 코린토스에서 열린 이스트미아는 소나무관, 아르고스에서 열린 네미아는 신선한 셀러리관이 상으로 주어졌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월계관이 아니라 올리브관이 주어졌다.
이 교수는 또한 국내 유수의 영한사전 7곳에서 그리스 신화 최고의 음악가인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악기는 ‘리라(lyra)’인데 ‘하프’로 잘못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라와 하프는 세워서 연주하는 수금(竪琴)이긴 하지만 리라는 현의 수가 4∼7개인 작은 악기인 반면 하프는 현의 수가 최대 30개가 될 만큼 무겁고 큰 악기다.
이 교수는 국내 유수의 영문학자가 번역한 책, 일간지 칼럼과 기사, 영어사전의 오류에 대해 매서운 필봉을 휘둘렀다. 예를 들어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의 지혜’ 번역본들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위대한 저작은 커다란 죄악이다’라는 번역문은 ‘A great book is a great evil’의 오역으로 원뜻은 ‘큰 책(두꺼운 책)은 읽기 귀찮다(버겁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