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인생을 걸고 춤을 췄다.
불과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하지만 춤추는 사람에겐 그것의 몇 십만 배 시간이 걸려 있을지 모르는 무대였다.
1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제35회 동아무용콩쿠르 남자 본선 현장은 인기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의 열기로 가득했다. 남자 무용수들이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브라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많은 무용인들은 “‘목숨 걸고 추는 춤’이 무엇인지 보고 싶다면 동아콩쿠르 남자 본선 현장에 가 보라”고들 말한다. 그 치열함과 절박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무용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동아무용콩쿠르 각 부문 금상(1등) 수상자에겐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콩쿠르 출신인 중견 무용가 조남규 씨는 “매일 연습을 해 몸을 만들어야 하는 무용수들에게 군 입대에 따른 공백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무용수가 사용하는 근육은 일반인이나 운동선수의 근육과는 다르다. 더구나 연주자나 연예인들은 군악대에서 복무하거나 국군홍보영화를 찍을 수 있지만 남자무용수들은 대부분 소총수 등 일반병으로 근무한다.
이날 대상을 받은 남자무용수 정석순(22·한성대 4년) 씨는 “주위를 보면 군대에 다녀온 남자 무용수 중 무용을 계속하는 사람은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병역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성역에 가까울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춤을 계속 추기 위해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남자 무용수들의 고뇌 역시 처절하다.
이날 발레 부문 은상을 수상한 이충훈(21·한국예술종합학교 3년)씨는 “은상도 너무 기쁘지만 내가 평생 선택한 춤을 계속 하기 위해 다시 금상에 도전할 것”이라며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