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밧드: 7대양의 전설’.
애니메이션 ‘신밧드: 7대양의 전설(Sinbad: Legend of the Seven Seas)’ 중 한 대목. 그리스 신화에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분쟁과 불화(不和)의 여신이 한 명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에리스. 신밧드에게 접근해 ‘평화의 책(The Book of Peace)’을 훔쳐 자신에게 바치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노라 제안하는데….
Sinbad: So far, I don’t see a downside… if you keep your word.
Goddess Eris: When a Goddess gives her word, she is bound for all eternity.
Sinbad: All right, you are on.
Goddess Eris : I knew you would see it my way.
신밧드: 이때까지 들은 걸로는 제게 불리한 점은 없는 것 같네요… 만약 약속을 그대로 지켜 주신다면.
에리스 여신: 여신이 약조를 하면, 그것은 영원히 지켜 지도록 되어 있다.
신밧드: 좋아요, 제안을 받아들이지요.
에리스 여신: 내 말을 잘 알아들으리라 생각했다.
신밧드는 에리스 여신이 약속을 어길까봐 의심을 해보지만 여신의 약조는 영원하다는 말을 듣고 안심해서 “All right, you are on(제안을 받아들이지요)”이라고 한다. ‘You are on’은 상대방이 한 제안에 ‘좋아요’라며 받아들인다는 뜻. 이는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어울리는 구어체 표현이다. “Let’s go for a drink(우리 한잔 하지)”라고 친구가 제안할 때 “You are on(좋지)” 하고 대답하는 식으로.
이어서 여신이 “I knew you would see it my way”라고 하는데 ‘see it my way’는 ‘내가 있는 쪽(방향)을 보다’가 아니라 ‘나와 동의하다’ 혹은 ‘내 말의 뜻을 잘 알아듣다’라는 뜻이다.
Way라는 단어에는 길 통로 방향 방법 수단 관점 풍습 등 다양한 뜻이 있는데, 이번에 쓰인 way는 무슨 뜻일까? ‘It’s my way or highway.’ 직역을 하면 ‘내 방식대로가 아니면 고속도로’, 의미를 풀어보면 ‘내 식대로 하든가 아님 관둬’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하면 국물도 없다’는 등의 의미로 상황에 따라 응용해 쓴다.
“He is a ‘my way or highway’ guy.”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실린 영화 관련 기사 내용. 결국 ‘그(He)’가 독선적이고 오만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그’는 할리우드 배우 러셀 크로. 영화 비평가들도 ‘Crowe has a prima donna attitude(매우 피곤한 왕자병 환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촬영장 안팎에서 튀는 그의 언행 때문이 아닐지.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에서 오브리 선장으로 출연했던 크로는 촬영 당시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에도 세트장의 모두가 자신을 ‘선장(captain)’으로 부르며 예우를 지키라 했다 한다. 본인이야 스스로 밝힌 대로 촬영 종료 후 장교복을 벗기가 아쉬울 정도로 ‘선장’ 행세에 푹 빠졌겠지만, 억지로 예우를 해줬던 사람들은 불만이었던 듯. 그뿐 아니라 그 다음 작품인 ‘신데렐라 맨’ 촬영 시에는 자신의 보디가드와 주먹다짐을 벌이다 급기야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처럼 그 보디가드의 귀를 물어뜯었다고 한다.
그의 인기가 지속되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것 같다. 그러나 인기란 거품 같은 것. 그 거품이 꺼지면 프리마돈나(prima donna·주연배우)의 무대에도 막이 내릴 텐데. 그때가 되면 ‘highway’를 타야 할 사람은 러셀 크로 자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