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결과다.” “복무 자세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 중앙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민원 관련 금품·향응 수수 실태에 대한 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보도되자 특히 금품·향응 수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기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금품·향응 수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광주시는 3일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시 공무원들은 “조사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 공무원 전체가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돼선 안 된다”면서도 부서별로 긴급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지방교육청 가운데 그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사건에 따른 오명에 이어 또다시 불명예를 안게 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사계약 관리와 물품·용역 관리 등에 비리가 없도록 수차례 자정결의대회를 여는 등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중앙부처 가운데 금품·향응 수수 비율 1위를 차지한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부방위가 타 부처는 민간인을 상대로 설문을 하고 예산처에 대해선 공무원을 상대로 조사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억울해 했다.
중앙부처 중 3위를 기록한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항만 어항 공사, 수입수산물 검사, 어업지도 단속 등 조사대상 업무가 타 부처에 비해 많아 평가가 나쁘게 나온 것 같다”며 “그래도 2002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애써 자위했다.
4위를 차지한 농림부 측은 “수의과학검역원,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소속 기관과 관계된 것으로 농림부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기초자치단체 중 금품·향응 수수 비율 1위를 차지한 경북 울릉군은 “작은 섬의 지자체가 어떻게 비리 1위 단체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울릉군에서는 “인구 9800여 명으로 전국 250여 기초단체 가운데 최소 규모인 울릉군이 1등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투명해진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공기업 가운데 그 비율이 가장 높은 철도시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건설업자 등에게서 ‘잘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사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몸을 낮췄다. 공단은 건물 각 층에 ‘청렴도 꼴찌, 이제는 자정하자’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반면 중앙부처의 청렴도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산업자원부의 홍석우(洪錫禹) 홍보관리관은 “좋은 평가를 받아 흐뭇하다”면서 “더욱 투명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부방위 평가조사담당관실에는 이날 관련 기관들에서 10여 건의 전화가 걸려 왔다.
대부분은 “자료를 왜 공개했느냐,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사한 결과를 왜 이제 문제 삼느냐”고 항의했지만 일부는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전체 순위를 보내 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부방위 관계자는 “정부 기관이라면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이지만 대놓고 물어 볼 형편도 못 될 것”이라며 “부방위가 역사가 짧아 파견자나 전입자가 많은데 ‘친정’ 기관들이 그런 사람들을 통해 자료를 얻어 보려고 애쓰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