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 지원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조흥은행은 최근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 대출) 전문기관인 사회연대은행과 업무제휴 조인식을 갖고 생계형 자영업자 400명에게 50억 원을 대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 은행이 소액 대출 전문기관과 업무제휴를 하기는 처음. 대출금리도 신용대출치고는 낮은 편인 연 6.0% 수준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험인 셈이다.
이번 실험이 빚에 짓눌린 영세 자영업자의 자립을 돕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생계형 자영업자 ‘구출작전’
이번 실험은 채권추심(빚 독촉)보다 사후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흥은행은 대출만 담당하고 사회연대은행이 △업종 선택 △위치 선정 △판로 확보 등 경영 컨설팅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사회연대은행은 200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저소득층 여성 가장, 신용불량자, 성매매 피해자 등 176명에게 17억 원을 대출해 창업을 지원했다. 은행들이 외면하는 계층에 대한 대출인데도 상환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이 분야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번 실험의 대출 대상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재조정이 확정된 영세 자영업자. 신용불량 상태는 아니지만 자금난을 겪는 영세업자도 신청할 수 있다. 1인당 대출 한도는 2000만 원. 1년 뒤부터 3년간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다.
최동수(崔東洙) 조흥은행장은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전체 은행권 실적은 아직 미미
정부의 생계형 신용불량자 지원대책이 3월 말 발표된 이후 시중은행들은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적은 미미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1199명을 상담했지만 실제 대출이 이뤄진 것은 3명(3800만 원)뿐이다. 우리은행도 558명을 상담해 3명에게 4000만 원을 빌려줬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것은 대출 대상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재조정을 받은 신용불량자로 제한된 데다 채무 재조정이 결정되기까지 약 2개월이 걸리기 때문. 대출을 해봐야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은행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요인이다.
사회연대은행 최홍관(崔弘觀) 사무국장은 “저소득층은 창업한 뒤 1년 안에 80%가량이 좌절하기 때문에 현재 은행권의 대출시스템으로는 지원이 어렵다”며 “마이크로크레디트와 같은 대안 금융기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빈곤층과 저소득층에 무담보, 무보증으로 낮은 이자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준 뒤 각종 교육과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빈곤구제시스템. 유엔은 올해를 ‘세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로 정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