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종영된 KBS 2TV ‘부모님 전 상서’에서 ‘안 교감’역으로 열연한 송재호 씨는 “드라마를 통해 잊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KBS
“(드라마 찍는 동안) 5년 반 전 잃은 아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하지만 마음에 꾹꾹 새기며 넘어갔지요.”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2TV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 상서’(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가 5일 종영됐다.
지난해 10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 없이 만년 교감선생님 안재효 부부와 네 명의 자식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애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 김수현의 탁월한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따뜻함의 중심은 탤런트 송재호(66) 씨가 열연한 ‘안 교감’. 집 뒷동산에 묻혀 있는 부모님에게 매일 저녁 편지를 쓰는 안 교감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구심점이다. 2000년 1월 막내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던 송 씨는 드라마를 찍으며 아들과 어릴적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하며 가족의 의미를 자주 되새겼다고 한다.
“종영돼서 서운합니다. 좀 더 해도 되는데…. 주변에서 드라마 ‘전원일기’ 스타일로 그냥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는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많은 현대인이 잊고 사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점이라고 꼽았다.
“극 중 막내 성미(이유리)가 결혼을 위해 부모님을 속이자 정환(이동욱)이가 ‘우리 집 자식들이 할 일이 아니잖아’라고 말하지요. 그게 바로 가족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믿음’을 뜻하는 겁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그 같은 가족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핵가족으로 분열되기 전, 한 1950년대쯤 가족의 모습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오면서 잊혀졌던 부분이죠. 이 드라마에서 정환이가 아버지에게 혼나는 장면에서 먼저 ‘무릎 꿇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젊은이들에게 부모님과 자식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송 씨는 자식들이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것은 안 교감이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존재여서라기보다 사랑으로 자식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큰딸 성실(김희애)의 이혼 문제, 성미의 파혼 등 모든 문제에서 자식들은 아버지를 찾아 상의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혼자 끙끙 앓는 요즘 세대가 그리워할, 그런 잊혀진 아버지상 아닐까요.”
송 씨는 “다른 가족 드라마나 김수현 작가의 ‘목욕탕집 남자들(1995년)’, ‘사랑이 뭐길래’(1992년)의 아버지는 쥐고 흔드는 아버지였지만 안 교감은 따듯한 포용력으로 자식들을 감싸고 권위보다 뚜렷한 룰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 포용하는 아버지였다”고 강조하며 “드라마의 제 마지막 대사는 ‘아버님 어머님 평안히 쉬십시요’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덧붙였다.
“6·25전쟁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후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어요.(워낙 오래전 기억이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출가한 딸들은 극 중 모습이 집안에서의 저와 비슷했다고 말해주더군요. 아버지로서 흐뭇했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