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비판에 나선 기저에는 그동안 ‘코드 중심’으로 이뤄져 온 국정운영 방식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이 ‘386 그룹’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고 보는 의원이 현재 열린우리당 내에서 다수다.
그동안 이런 논의는 여당 내에서 ‘개혁 코드’ 명분에 밀리면서 내부 불만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참패로 끝난 4·30 재·보선 결과가 “더 이상 이렇게 갈 수 없다”는 비판론에 불을 댕겼다. 특히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李光宰) 의원 등이 연루된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등은 논의의 공론화를 앞당기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한 중진 의원은 “설익은 386 그룹들이 중심이 된 ‘코드 정치’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당이 정보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것도 비판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게 된 한 원인으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명색이 여당 의원인데도 고급 정보가 없어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의 자유스러운 대정부 비판은 민주주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5일 “과거 제왕적 대통령 시절에는 여당 의원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불가능했다”며 “한편으로 당이 건강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형준(金亨俊)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여권의 국정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치실험이란 측면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