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야스쿠니신사 측이 ‘A급 전범의 분사(分祀)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의 역대 총리들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A급 전범 분사론이 대두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측은 4일 교도통신의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발표한 의견서에서 “일본인은 이들(A급 전범)을 전범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분사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서는 특히 일본의 A급 전범을 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에 대해 “국제법의 관점에서 뿌리 깊은 이론(異論)이 남아 있다”고 주장해 전범들의 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야스쿠니신사 측은 또 “(A급 전범 참배는) 일본인의 신앙에 근거한 문제”라며 A급 전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뒤 풀려나 나중에 일본 총리가 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등의 예를 들며 “일본인에게 전범이라는 인식은 완전히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