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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억 배상판결 받은 내쇼날호주은행 국내지점 폐쇄 추진

입력 | 2005-06-07 03:06:00



내쇼날호주은행(NAB) 서울지점이 최근 원금과 연체 이자를 합쳐 410억여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받은 뒤 지점 폐쇄를 추진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당초 NAB의 손해배상액 중 3분의 2(270여억 원)에 대해 가집행(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NAB 서울지점은 판결 후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냈고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공탁금 53억여 원을 내는 조건으로 신청을 받아들였다.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NAB 서울지점이 폐쇄되면 국내 법원의 판결을 집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사건 전말=서울 시내 모 학원재단 소유자인 이모 씨는 2001년 12월 당시 NAB 서울지점 자금부 차장 최모(39) 씨로부터 “우리 은행에 돈을 맡기면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특별우대금리도 주겠다”는 말을 듣고 2003년 4월까지 565억여 원을 정기예금 명목으로 최 씨에게 맡겼다. 그러나 최 씨는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주식과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해 모두 515억여 원을 날렸다.

최 씨는 NAB 서울지점에서 이 씨의 돈을 건네받았으며 지점장의 인감도장을 위조해 이 씨를 속였다.

▽법원 판결=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는 2월 4일 이 씨 측이 최 씨와 NAB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 씨는 443억 원 및 지연이자를, NAB는 이 가운데 360여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최 씨와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NAB가 최 씨의 사용자로서 사무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NAB는 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공탁금 53억여 원을 내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점=NAB 서울지점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퇴직 위로금을 주고 늦어도 올해 말까지 업무를 정리하고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씨 측은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NAB가 국내에서 채권 채무관계를 모두 정리하지 않으면 폐쇄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집행::

민사재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재판에서 이긴 쪽이 판결 내용대로 돈을 받거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강제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선고. 법원은 판결이 늦어져 재판에 이긴 쪽이 불이익을 받거나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으면 재판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판결문에 가집행 선고를 명시할 수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