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강남의 A카드사 사무실. 이날 오전 비행기 편으로 출장 온 부산시 ‘콜센터 유치 태스크포스’ 팀원인 조용래(趙龍來·41) 씨는 이 회사 담당자를 만나 “부산에 콜센터를 세우면 건물 임대료 등 4억 원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는 “부산으로 오이소”를 연발하다가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윗선에 보고하겠다”는 답을 듣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부산시는 현재 이 카드사(300석 규모) 말고도 다른 금융기관의 콜센터(1000석 규모)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각 기업의 콜센터 유치 경쟁이 뜨겁다. 국내 기업들의 15×× 또는 080 등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이용한 ‘통합 콜센터’를 유치할 경우 고용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여 명의 인력이 곧바로 취업할 수 있다.
국내 콜센터는 3000여 곳(5인 이상 근무기준)에 종사자만도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도 2002년 5조 원을 넘어선 이래 매년 증가해 2007년에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 둥지를 틀었던 기업들이 첨단정보기기의 발달과 함께 비싼 인건비와 부동산값을 피해 콜센터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전설만 흘려도 각 지자체가 갖가지 혜택을 내세워 ‘러브콜’을 보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15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물량전 끝에 대형 체인업체인 ‘도미노피자’(200석)를 유치하고, 추가로 400석을 이전하기로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광주시는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처음 개설된 광주여대 콜마케팅학과 등을 통한 안정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을 장점으로 내세워 현재 4000석 규모의 콜센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전남도가 담양군에 2만 평 규모의 ‘콜센터 전용타운’ 건설에 나서는 등 추격에 나서자 긴장하는 분위기.
대구시의 경우 콜센터보다 확대된 개념의 ‘콘택트센터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신용카드회사나 유무선통신업체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전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을 계기로 첨단도시 위상을 앞세워 콜센터 최적지라고 선전하고 있다.
광주여대 콜마케팅학과 정성일(鄭成一·43) 교수는 “콜센터는 공장 없이도 청년 실업 특히 여성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고용대책”이라며 “시장 자체가 커지는 데다 전문화 추세에 따라 중간관리자 등 전문인력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콜센터:
전화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고객들의 문의나 요구사항을 접수 처리하거나 서비스 안내, 상품 판매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 내 조직. 대기업과 금융사, 홈쇼핑업체, 민원업무가 많은 공사(公社) 등이 독립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