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양 야후코리아 대표
여전히 ‘인터넷’의 동의어이자 ‘닷컴의 희망’이란 고지에는 ‘야후(yahoo)’가 존재한다. 실제로 야후란 브랜드는 전 세계인에게 인터넷이란 도구를 독자적인 미디어로 인식케 만든 최초의 주인공이다. 현재 미국 야후의 시가 총액은 무려 512억 달러(약 51조2000억원)에 이르며 할리우드에 비견되는 콘텐츠 왕국으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에 포진한 로컬 야후 역시 대개 자국 포털 1~2위를 휩쓸고 있다. 하얀색 바탕의 정갈한 ‘야후 디렉토리’는 그간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나침반 구실을 해왔다. 야후 메일을 쓴다는 것은 국제화된 누리꾼(네티즌)의 교양이었고, 야후 검색과 뉴스 그리고 블로그에는 적잖은 야후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더구나 인터넷 핵심 인재를 배출하는 ‘정보기술(IT) 사관학교’ 몫까지 도맡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야후 코리아’의 위상은 어떠할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0년 봄의 대한민국 포털 순위를 회상해보자.
멀찌감치 10위권에, 지금은 지존의 자리에 오른 ‘네이버’가 위치하고, 3위는 ‘라이코스’, 2위는 ‘네띠앙’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1위는? 당연하게도 ‘야후 코리아’였다. 그간 ‘야후 코리아’는 국내 토종 포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러나 ‘다음카페’라는 한국형 커뮤니티, 네이버의 ‘통합검색’,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등은 점차 야후를 변두리로 몰았고, 이후 야후 코리아의 국내 위상은 4위로 추락했다.
결국 2004년 11월, IT 컨설턴트 출신인 성낙양 경영총괄대표(COO)가 긴급 수혈됐고, 야후 코리아 내부에서도 결연한 변화 의지가 비치기 시작했다. 오늘날 구글과 함께 세계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야후를 배경삼고, 대한민국 인터넷 시장 개척이란 훈장을 가슴에 단 야후 코리아는 과연 어떠한 눈으로 현 시기를 바라보고 있을까.
-미국 야후는 최근 ‘언구글(ungoogleㆍ구글을 안 쓰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만큼 발군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야후 코리아의 침체는 매우 길게 지속된다.
“인터넷에 관련된 거의 모든 서비스를 하지만 고객들은 더 이상 야후를 새롭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 투자가 공격적이지 못했고, ‘야후’란 브랜드에 너무 의존했다. 분명한 사실은 야후 코리아가 재탄생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검색 분야에서 기초체력을 쌓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내보일 것이다.”
-800억원의 현금을 쌓아둔 야후 코리아의 M&A(인수 합병) 가능성이 관심거리다. 글로벌 야후의 지원만 더해진다면 단시간에 국내 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고, 이는 한편 토종 포털이 해외자본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우선 M&A설은 ‘투자의 상한선을 두지 않겠다’는 표현이 곡해된 것 같다.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 협력 모델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합병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졌다.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분야나 성격에 관계없이 문을 열겠다. 사실 M&A도 중요하지만, 야후 코리아 자체가 사용자들에게서 다시 인정받는 일이 시급하다. 아무리 자금이 앞선다고 하더라도 결국 서비스란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기술 중심’과 야후의 ‘고객 중심’ 모델은 좋은 비교 대상이다. 결국 다음이나 NHN 등 ‘야후 모델’이 한국에서 성공했다. 야후가 유럽에서는 켈쿠를 인수해 비교쇼핑을 석권했고, 오버추어를 인수해 검색광고에 활용하는 등 복합적인데, 야후의 성격을 어떻게 바라봐야 옳은가.
“분명하게 야후는 ‘미디어 컴퍼니’로의 비전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야후가 ABC 사장을 지낸 로이드 브라운 씨를 야후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총괄책임자로, 전 폭스브로드캐스팅 중역인 이라 쿠르간 씨를 미디어 사업담당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로 임명한 것처럼 미디어의 스타급 인재들이 야후로 모였다. 이 같은 미디어 전략으로 야후의 커뮤니티와 연계성이 높아지고, 검색이 그 통로 구실을 한다면 고객을 야후라는 영역 안에 묶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화가 시급하다. 그간 국내에서 적절한 위상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적 느낌이 물씬 나는 ‘야후 대한민국’이 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전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만만치 않은데, 글로벌 야후가 바라보는 야후 코리아에 기대하는 바가 궁금하다.
“야후 코리아가 글로벌 야후에 기여하는 매출은 세계적으로 네 번째 정도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 시장은 매우 앞선 시장으로 신기술이 펼치는 미래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 가치가 크다. 본사나 우리 모두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픈 바람을 갖고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의 성공은 중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적합한 첨단 서비스와 플랫폼이 한국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글로벌 야후의 향후 키워드를 ‘미디어’라고 정의 내렸는데, 그것이 야후 코리아의 전략과 일치하는지 궁금하다.
“글로벌 야후가 정체성을 미디어로 규정한 전략은 옳다고 본다. 구글이 검색이란 단일 채널로 고정됐다면, 야후는 미디어 채널 즉 콘텐츠로 승부할 것이다. 과거의 인터넷이 종이와 방송의 보조 채널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주 채널로 옮아가는 시점이다. 미국만 해도 야후뉴스가 CNN을 앞설 정도다. 그만큼 독립적인 채널로서의 입지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는 콘텐츠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채널 싸움, 나아가 유통의 전쟁인 것이다. 야후 코리아 역시 독립적인 콘텐츠를 사용자의 처지에서 유익하고 창의적인 수준으로 결합해나가겠다.”
-구글의 전략과 상반되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그렇다면 야후의 구체화된 콘텐츠는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모니터의 사용 시간이 늘 것이기 때문에 야후는 기존 매체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인터넷에 걸맞은 콘텐츠를 독립적으로 생산해낼 것이다. 현재의 ‘검색 전쟁’이란 단지 정보의 목록만을 보여주는 수준인데, 앞으로는 독자적인 정보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블로깅이 될 수도 있고, RSS(Really Simple Syndication)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콘텐츠는 인터넷으로 모아져 사회적 네트워크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신문과 방송이 할 수 없는, 오로지 인터넷만이 가능한 분야가 된다. 결국 구글의 ‘데이터베이스’와 야후의 ‘콘텐츠’의 싸움이라고 했을 때, 콘텐츠 자체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 세계인들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야후의 복합적 모델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다.”
-무선 인터넷 시대를 대비한 물밑 다툼이 한창인데, 야후의 비전이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야후는 기술 변화에 무관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점이 현재 야후 코리아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우리의 노력에 비해 시장에서의 체감이 너무 낮다. 미디어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향후 펼쳐질 모바일 환경에 관심이 지대하다. 망 사업자와의 협력도 관건이지만, 조그만 화면을 채울 더욱 재미있고 창의적인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바로 야후의 몫이라고 본다. 현재의 인터넷 콘텐츠를 곧장 무선으로 갖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모바일과의 적합성을 높일지 고민하고 있다.”
-그간 야후 코리아에 대해 ‘의사결정이 늦다’ ‘한국에서의 아이디어가 본사에 전달되지 못한다’ ‘기술개발 의지가 없다’는 등의 비난이 뒤따랐다. 부임 이후 어떤 점이 개선됐나.
“최근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빈도수가 급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 관심이 높고, 예산 등 권한의 대폭적인 위임이 이뤄졌다.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인식 자체가 고객이나 시장에 대한 판단이 느렸다는 방증이다. 확신만 있었다면, 본사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 이상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기회 요인을 잡고 고객에게 가장 빠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순발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검색인 ‘야후-거기’ 서비스는 1등 서비스를 향한 도전으로 조용했던 야후로서는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었는데, 그간의 평가와 기타 서비스 계획이 궁금하다.
“‘야후-거기’는 검색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했다는 점과 가장 먼저 지역검색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역검색은 지난해 대비 130% 성장했다. 올해는 네이버를 제치고 확고한 우위를 점해나갈 것이다. 물론 역시 소비자 처지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거기-걸즈(girls)’ 프로그램 등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와 콘텐츠를 보강해나가는 동시에 등록업체 관리를 강화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겠다. 야후의 약점인 커뮤니티를 보강하기 위해 최근 ‘야후-피플링’을 만들었다. 콘텐츠의 품질을 위해 우선 ‘헤비 블로거’를 끌어들이는 방향을 택했다. 현 시장 추세가 아닌 차세대 커뮤니티 획을 긋는 서비스로 만들어내겠다.”
-미디어를 지향한다면 어쩔 수 없이 기존 미디어와의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신문과 방송 콘텐츠 등이 충돌할 여지는 없는가.
“기존의 사고방식과 제도로 풀려고 하면 답이 쉽게 나올 수 없다. 야후의 방식은 기존의 미디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아닌 인터넷 포털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터넷의 길은 신문과 방송의 길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영역의 침범이라기보다는 공유나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출판?신문?방송?영화사 등 기존 미디어들이 인터넷 포털, 특히 멀티미디어 검색으로 서로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이들의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갈등을 겪을 수도 단기적으로는 걱정이 없다.”
-글로벌 야후의 경쟁상대가 콘텐츠의 제왕 할리우드라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제껏 야후의 글로벌 콘텐츠와 야후 코리아의 연계성이 부족해 보인다.
“야후의 목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가 가능한 매체가 되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야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 같은 콘텐츠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플랫폼 개발에 노력하겠다. 글로벌 야후의 경쟁상대가 콘텐츠라고 했을 때, 앞으로 야후가 축적할 콘텐츠와 서비스의 파장은 한국에도 크게 미칠 것이다. 현재까지 야후 코리아가 글로벌 회사라는 장점을 활용 못했다면, 이 시간 이후부터는 야후가 진정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는 감동을 사용자들에게 선사해나갈 것이다.”
인터뷰=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