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은행 최모(44) 차장은 은행에 근무하는 ‘죄 아닌 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지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대출 민원을 처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그는 요즘 거꾸로 친지들에게 “돈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는 신세가 됐다.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 은행돈을 쓰지 않자 은행들은 가계대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85조4936억 원으로 5월 한 달간 4조1839억 원 증가했다.
월별 증가액으로는 2003년 10월(4조2594억 원) 이후 가장 많다.
반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1조7205억 원 늘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은 4월(3조447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월(2조887억 원)과 비슷한 2조710억 원이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작년 3월(2조2507억 원) 이후 가장 많은 2조1347억 원 늘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