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미국 뉴욕에서 미국 측과 접촉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내비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이 이번에는 정말로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과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냉담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북한의 모호한 태도 때문. 북한은 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도 회담 날짜를 정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거부했다.
▽“진전은 사실”=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북한의 동향이 지난해 6월의 제3차 6자회담 이후 가장 전향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그동안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관해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면서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원인을 미국 측에 돌려 왔다.
북한 정보에 밝은 중국의 왕광야(旺光亞) 주유엔 대사가 7일 북한이 수주일 내에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아직은 못 믿겠다”=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신중하다. 백악관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백악관 측은 이날 북한이 회담 날짜의 확정 요구를 거부한 데 초점을 맞추며 “북한이 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미국도 헷갈린다는 얘기다. 북한의 ‘회담 복귀 의사’와 ‘날짜 확정 거부’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심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일 “6자회담 재개는 미국이 조건과 환경을 마련할 데 대한 우리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6일 북-미 접촉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대우’를 요구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8일 보도 또한 북한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요인이다.
▽시간 벌기용?=한미 정부가 북한을 선뜻 못 믿는 밑바탕에는 북한의 이번 행태가 ‘시간 벌기용 제스처’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깔려 있다.
북한이 11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지도 모를 ‘대북 강경조치’를 차단하고 21∼24일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비료 등 실리를 더 챙긴 뒤 다시 버티기에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또 북한이 한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이 조금만 양보하면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미국을 설득하도록 하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장관급회담, 한일정상회담 등 북한이 눈여겨봐야 할 변수들이 6월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숨을 더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고위 외교당국자의 7일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6자회담 관련 북한 측의 주요 발언 및 미국의 전언날짜발언 주체내용2월 10일외무성 성명6자회담을 위한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2월 21일김정일 국방위원장(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면담 시) 조건이 성숙할 경우 6자회담에 복귀3월 31일외무성 대변인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된 마당에 6자회담은 대등한 입장에서 문제를 논의하는 군축회담이 되어야6월 3일외무성 대변인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선생(Mr)’ 존칭에 주목. 미국 내 강온파 간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다면 6자회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6월 8일미 국무부
대변인의 전언(6일 북-미 뉴욕 접촉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 측은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