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체육대회 행사장에서 학생들의 귀중품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잠복근무를 했고, 마침내 7일 ‘운동회 싹쓸이꾼’을 붙잡았다.
서울대생들과 경찰은 범인의 신원이 밝혀지자 아연실색했다. 다름 아닌 서울대 출신 선배이고 그가 2003년과 2004년에도 같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기 때문.
서울 관악경찰서는 8일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모아둔 소지품 더미를 뒤져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신모(42)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달 18일부터 대학 운동장 곳곳에서 열리는 ‘총장배 구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응원에 신경을 쓰는 틈을 타 옷가지와 가방을 뒤져 현금 49만여 원을 훔친 혐의다. 훔친 신용카드로 9회에 걸쳐 208만여 원을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씨는 이 대학 사회학과 81학번으로, 1984년 총학생회 임원을 지냈고 1990년 모 공중파 방송사 공채 PD로 입사하는 등 학내외에서 소위 ‘386세대 엘리트’로 유명세를 탔던 인물.
신 씨는 1998년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올해 초 한 기획사에서 대형 뮤지컬 공연을 기획하고, 출신학과 졸업생의 모교 방문 행사를 주관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신 씨는 방송사에 입사하던 해 어머니가 갑자기 자살하면서 ‘조증(躁症·기분이 들떠 쉽게 흥분하는 정신질환)’을 앓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1998년 퇴사한 데 이어 2000년부터는 부인과도 별거 중이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