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사진제공 젊은 기획
둘사이에 진짜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6일(현지 시간) 오후 6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휴양도시 샌타모니카. 옥빛 해변이 내다보이는 호텔 셔터즈 온 더 비치에서 열린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주연배우들의 기자회견은 예정시간을 1시간 20분 넘겨 오후 6시에 시작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진행 스태프는 기자들을 일렬로 길게 세운 뒤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에게 사생활에 관한 질문은 일절 하지 않을 것을 엄숙히 약속한다’고 쓰인 약정서를 일일이 읽어주고 서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이런 까다로운 기자회견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브래드 피트(42)와 앤젤리나 졸리(30). 두 사람은 그만큼 큰 별인 것이다.
그래도 ‘사적인’ 질문은 나왔다. 한 싱가포르 기자가 물었다. “두 사람,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브래드 피트가 곧바로 대답했다. “오케이. 다음 질문!” 장내엔 폭소가 터졌다.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샛노랑으로 머리를 염색한 그는 순간 고개를 돌려 앤젤리나 졸리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브래드 피트가 “앤젤리나는 지적이고 논쟁을 즐긴다. 그녀는 훌륭한 여배우인 동시에 훌륭한 인도주의자(humanitarian)다”라고 닭살 돋는 찬사를 ‘난사’했다. 앤젤리나 졸리도 두툼한 입술을 열어 “브래드는 프로의식이 강하고, 너무 재밌고, 액션 연기에 출중하다. 무엇보다 총을 잘 다룬다”고 화답했다. 얼마 전 아프리카 케냐 해변을 함께 거니는 장면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잡혔음에도 “우리는 세계에 대해 생각했을 뿐 같이 잔 적은 없다”고 관계를 부인했던 두 사람은 이날 이랬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웨스트우드 만빌리지 극장에서 열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시사회에 참석한 앤젤리나 졸리.
결혼 후 6년간 서로가 킬러인지 몰랐던 부부가 마침내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인다는 이 영화의 내용이 자신의 인생과 겹쳐진다고 생각했을까. 시종 새침하게 답하던 앤젤리나 졸리가 실패한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놓았다.
“전 두 번의 결혼 모두 3년을 못 넘겼어요. 이 영화에서처럼 누구나 파트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죠. 전(前) 남편들(세 살 연상의 배우 조니 밀러, 스무 살 연상의 배우 빌리 밥 손튼)과는 친구로 지내요.”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포유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아들과 세계평화와 비행기 조종(자격증 소지자임)인 것 같았다. 2001년 난민구호를 위해 캄보디아에 갔다가 아들 매독스를 입양했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친선대사로서 국제난민구호활동에 분주한 그녀는 “탈북자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배우 제니퍼 애니스턴과 4년여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수속 중인 브래드 피트. 그에게 마지막으로 “결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의 대답은 긴가민가한 앤젤리나 졸리와의 관계와 달리 화끈했다. “결혼? 그건 정직한 거지.”
샌타모니카=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웬수같은 남편? 정말 남편을 죽이라고 한다면
흔히 ‘웬수 같은 여편네(혹은 남편)’라고 한다. 한 이불 속에서 서로 살 맞대고 잠들지만 ‘죽이고 싶도록 미운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는 게 부부지간이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이런 부부의 마음을 총탄과 폭탄으로 구체화시켜 서로에게 쏘아붙이도록 만든 액션영화이자 로맨틱코미디다.
결혼한 지 5년인지 6년인지도 어슴푸레한 존(브래드 피트)과 제인(앤젤리나 졸리) 스미스 부부는 겉으로는 건설업자, 컴퓨터 시스템 컨설턴트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조직에 소속된 특급 킬러.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슬슬 권태를 느껴 카운슬러에게 부부관계 상담을 받는 처지다.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임무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서로의 작전을 망쳐버린 뒤 부부는 배우자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없애라는 새 임무를 받는다.
총격 및 폭파 액션으로 점철된 예고편과는 달리 영화는 카운슬러 앞에 나란히 앉은 두 부부가 번갈아 질문에 답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스미스 부부의 상황은 5, 6년차 보통 부부의 문제와 다를 바 없다. 부부 사이에 벽이 놓인 듯하고 속내도 잘 털어놓지 않지만 살얼음판 같은 일상은 그냥저냥 유지하는 것 말이다. 이름들이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존과 제인이고, 성(姓) 역시 흔한 스미스인 것도 이들의 문제가 ‘보편적’임을 암시하는 장치다.
그저 ‘버벌(verbal·말로 하는) 코미디’로도 충분할 것 같은 내용에 액션이 필요한 것은 바로 총, 칼, 폭탄이 스미스 부부 갈등의 기승전결을 형상화하기 때문이다. 권총으로 벤츠 자동차에 구멍을 내는 것으로 시작한 액션은 기관총, 바주카포, 첨단 지뢰가 난무하고 심지어는 집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는 데까지 이른다.
제인이 존보다 훨씬 강하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것은 재미있다. 사건의 단서를 쥔 애송이 킬러에게 차근차근 자백을 받으려는 존 대신 주먹 한방으로 털어놓게 만드는 것은 제인이다. 존이 제인에게 “겁쟁이(chicken)”라고 비아냥거리면 제인은 “기집애(pussy)”라고 받는다. 실제 생활에서 두 번 이혼을 했거나(앤젤리나 졸리) 결혼 4년여 만에 결별한(브래드 피트) 두 스타 배우가 출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영화 제목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1941년에 만든 로맨틱 코미디에서 따왔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스미스’ 톡톡 튀는 대사들
♠ 결혼 5, 6년차에 갈등이 발생한 스미스 부부.
상담의사: 섹스는 얼마나 자주?
존: 그것도 1∼10점으로 말해요?
제인: 1점은 1년에 한 번인가요? 전혀 안 하는 건가요? 전혀 안 하면 0점이잖아요.
존: 주말도 포함돼요?
♠ 서로의 정체를 알고 갈등이 고조되는 스미스 부부.
제인: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생각 했어?
존: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지. 정말 그랬어.
제인: 왜 지금 그 얘길 해?
존: 마지막이 되면 처음을 생각하게 되잖아.
♠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낸 스미스 부부.
존: 솔직히 말할게. 난 재혼이었어.
제인: 죽여버릴 거야.
존: 술김에 했어.
제인: 그걸 변명이라고. 그 여자 주민번호 대!
존: 말해주면 죽일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