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조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에 공작기계 등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면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드시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 1종 전략물자만 해도 1350개 품목이나 돼 관련기업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생화학 무기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화학물질을 금세 알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완성돼 화학물질에 대한 수출 통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자장비, 산업기계, 기계부품에 대해서도 정보시스템을 만들어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나설 방침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략물자 통제에 따른 수출 감시 계도기간은 이달 말로 끝난다. 산업자원부는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감시 활동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먼저 WMD 제조 의혹이 있는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에 공작기계 등 기계류를 수출하는 기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스턴트커피를 만들 때 쓰이는 동결건조기, 담석 치료에 쓰이는 의료용 기구인 쇄석기, 정압안정기 등도 모두 전략물자에 포함된다. 정압안정기 등 측정기기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는 30여 개에 이른다.
또 화학물의 코드만 입력하면 무기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즉석에서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던 제초제 원료인 시안화나트륨이나 샴푸 원료인 트리에탄올아민 등 15개 수출 품목의 거래도 제한된다.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화학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은 한 해 수출 규모가 5000만 달러(약 500억 원)에 이른다.
전략물자를 수출하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수출 금액의 3배 이하 벌금 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또 미국을 비롯한 전략물자 수출통제 협정국가들은 적발된 기업의 물품에 대해 최장 20년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수출 한 번 잘못했다가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셈.
하지만 전략물자 수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61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물품의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확인한 기업은 조사 대상의 2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를 아예 모르거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 사례배터리 충전기미사일 발사장치로 사용 가능전압변환기미사일 발사장치로 사용 가능초음파 검지기독가스 개발에 사용 가능고성능카메라미사일 생산에 사용 가능공작기계핵무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데 사용 가능동결건조기본래는 인스턴트커피 제조용이지만 생물무기를 제조하는 장치로 사용 가능쇄석기담석 제거용 의료기구지만 핵폭탄 기폭장치로 사용 가능진동기세탁기 떨림 측정기로 쓰이지만 미사일 발사장비로도 사용 가능탄소섬유테니스 라켓, 낚싯대 등을 만드는 데 쓰이지만 미사일을 만드는 데도 사용 가능트리에탄올아민샴푸, 화장품 원료지만 화학무기 원료로 사용 가능자료: 산업자원부
:전략물자:
핵무기, 생화학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이나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 무기 전용(轉用) 가능성에 따라 1종과 2종으로 나뉜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