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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롤리스 부차관보, ‘균형자론-동맹 양립못해’ 경고說

입력 | 2005-06-09 03:05:00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리처드 롤리스(사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의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 방문 얘기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주미 한국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홍석현(洪錫炫) 대사에게 ‘동북아 균형자론’과 한미동맹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롤리스 부차관보가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주미 대사관측은 “롤리스 부차관보가 존 앨런(해병대 준장) 아태담당 선임국장, 마이클 피네건(육군 중령) 한반도담당 국장과 함께 2월 부임한 홍 대사를 예방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인사차 방문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대사관 측은 또 “롤리스 부차관보와 홍 대사 사이에 여러 가지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시종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홍 대사도 편안한 마음으로 롤리스 부차관보의 말을 경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롤리스 부차관보는 ‘워싱턴의 여론’을 전하는 방식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물론 작전계획 5029를 둘러싼 최근 한미 간의 갈등까지 여러 가지 우려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시점이 시점인지라 워싱턴을 방문하는 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라는 뜻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측근이고, 평소에도 한국과 북한에 대해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홍 대사와의 사이에 오고갔다는 ‘허심탄회한 대화’의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해석이다. 청와대나 외교통상부, 국방부는 9일 일제히 롤리스 부차관보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홍 대사와 롤리스 부차관보 간의 면담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으나 신임 예방 성격에 맞는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롤리스 부차관보는 입이 하도 걸어서 그 정도 얘기는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롤리스 부차관보 얘기는 우리도 90% 정도 깎아서 듣는다”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9일 오전 홍 대사에게 롤리스 부차관보와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 했으나 홍 대사는 “회의 중”이라며 기자와의 접촉을 피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의 미국 측 최고 책임자로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 한미 간 큰 이슈가 돼온 미 2사단 재배치, 용산 미군기지 이전, 주한미군 감축 등에 모두 관여한 한반도 전문가로 한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6자회담에도 빠짐없이 참가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15년 동안 근무한 것을 포함해 약 30년 동안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관여해 왔다.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한 횟수만도 300번이 넘을 정도. 한때 공직을 떠나 개인사업을 하기도 했다.

자기주장이 강한 스타일로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도 거론됐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자기 측근인 데다 국방부에서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