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1기 행정부(2001∼2004)에서 환경정책 등을 주도한 폴라 도브리안스키 차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한 데에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로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미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입수한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글로벌 이슈담당 차관을 지낸 폴라 도브리안스키 씨가 2001년과 2004년 엑손모빌이 주도하는 반(反)교토의정서 단체인 ‘세계기후연맹(GCC)’과의 회담에 앞서 받은 보고서에는 “대통령은 당신들로부터 받은 정보(input)에 부분적으로 근거해 교토의정서를 거부했다”고 적혀 있다.
또 도브리안스키 당시 차관이 엑손모빌 임원과 교토의정서를 반대하는 다른 미국 기업인들에게 앞으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이어 엑손모빌이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엑손모빌의 닉 토머스 홍보책임자는 2003년 영국 상원 과학기술위원회에 나와 “우리는 미 정부의 교토의정서 서명 거부 과정에서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지구환경정책 등을 논의하려고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백악관 관리가 미 정부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석유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던 미국석유연구소(API)에서 로비스트로 일한 적이 있는 필립 쿠니 백악관 환경담당 보좌관이 2002년과 2003년에 온실가스 방출과 세계적 온난화 현상 간의 관계를 경시하는 방법으로 정부 기후변화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것.
이 신문은 쿠니 보좌관이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단어 앞에 ‘중대하고 근본적인(significant and fundamental)’ 등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방법 등으로 이미 정부의 과학자들이 인정한 기후변화 보고서의 내용을 고치거나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