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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인훙]기로에 선 兩岸관계

입력 | 2005-06-10 03:08:00


지난해 12월 대만 총선은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 관계의 전환점이었다. 선거를 통해 다년간 영향력을 키워 온 ‘대만 독립세력’이 처음으로 심각한 좌절을 겪었다. 총선 결과는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임기 내에 헌법을 개정하거나 주민투표를 통해 법률적 독립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했다. ‘대만 독립세력’은 큰 혼란을 겪게 됐고 독립 추진 전략도 전에 없는 곤경에 빠지게 됐다.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정부에 양안관계에 대한 전략적 조정과 통일 촉진을 위한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통일 촉진의 주요 수단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흡인력과 압력이었다.

3월 4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4가지 의견’을 발표해 양안관계에 있어서 창의적이고 능동적이며 전략적 유연성을 갖춘 정책을 내놓았다. 핵심 내용은 ‘하나의 중국’ 원칙만 받아들인다면 양안 대화와 협상은 즉각 재개될 수 있으며 누구든, 어떤 정당이든, 그들이 과거에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든 양안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촉진을 위해 어떤 문제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후 주석의 ‘4가지 의견’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새로운 방침과 정책적 강령이었다. 그 직후 제정된 반(反)국가분열법은 이 같은 강령을 법률적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4가지 의견’은 2월 24일 천 총통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이 회담을 갖고 10개 항에 합의한 데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천 총통과 쑹 주석의 합의는 천 총통이 임기 내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국호(國號)를 바꾸지 않으며,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하지 않고, 양국론(兩國論)을 다시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천 총통은 10개 항 합의를 통해 미국이 그를 더는 ‘트러블 메이커’로 보지 않기를 바랐다. 동시에 중국의 대만에 대한 강경 태도와 중국 군사력의 발전 추세에 대해 미국이 관심과 우려를 갖기를 희망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반분열법에 대한 미국의 비난과 3월 26일 대만 주민의 대규모 시위를 이끌어 냄으로써 일정 부분 원하는 바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양안관계의 주도권은 뚜렷하게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10개 항 합의를 통한 천 총통의 전략은 중국의 유연한 대만정책과 대만에서 형성된 ‘대륙 열풍’ 때문에 크게 빛이 바래고 말았다. 중국의 유연한 대만정책은 장빙쿤(江丙坤) 대만 국민당 부주석을 시작으로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쑹 친민당 주석의 대륙 방문으로 이어졌다. 양안관계 발전을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된 반면 ‘대만 독립세력’은 수세적으로 몰리면서 내부 분열과 혼란이 더욱 심해졌다.

대만 야당지도자들의 방중으로 양안관계에 새로운 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냉정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만 집권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승인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비록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양안관계 발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통일목표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친민당은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대만의 민의는 독립과 반대로 양분돼 있으며 양안관계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것이 주류다. 미국과 일본은 양안관계의 획기적 발전이나 통일을 바라지 않고 있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 노력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