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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유니폼 입으면 승리할 확률 높아진다

입력 | 2005-06-10 03:08:00

붉은색의 힘?붉은색 보호대를 입은 문대성 선수(오른쪽)가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결승전에서 강력한 발차기를 하고 있다. 문대성은 통쾌한 KO승을 거둬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붉은색이 승리를 불렀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9일 새벽 쿠웨이트에 4-0의 대승을 거두면서 붉은색이 들어간 유니폼이 승리를 부른다는 속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사실 이 주장은 한동안 논란이 많았다. 오히려 상대방이 붉은색 유니폼을 보고 힘을 얻는다는 반박도 있었다. 그러나 영국 듀햄대 러셀 힐 교수는 과학학술지 ‘네이처’ 5월호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으면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발표해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실력 비슷하면 붉은색 유니폼 승률 60%

연구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기 중 권투, 태권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 등 4개 격투기 종목을 분석했다. 경기자들은 파란색과 붉은색 유니폼 중 하나를 입는다. 연구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승률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붉은색의 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태권도였다. 러셀 박사는 “경기자의 실력이 서로 비슷하면 붉은색 유니폼의 승률은 60%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군함조는 짝짓기철에 붉은색의 가슴을 크게 부풀려 다른 수컷을 위협한다. 사진 제공 지상현 교수

연구팀은 유럽축구대회인 유로2004에 참가한 각국 대표팀의 승률도 함께 조사했다. 이들은 두어 가지 다른 색의 유니폼을 번갈아 입는데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골도 더 많이 넣었다.

과학자들은 붉은색이 동물 특히 영장류에서 위협색이기 때문에 ‘전투적인’ 스포츠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공격 본능과 분노를 느끼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이 확장돼 얼굴이나 몸이 붉어진다. 비비 원숭이는 다른 수컷을 위협할 때 얼굴이 붉어지고 군함조 수컷도 붉은색의 가슴을 부풀려 다른 수컷을 위협한다. 야생의 습성이 무의식에 남아 있는 인간도 붉은색을 보면 상대의 공격성을 과다하게 느껴 기가 죽을 수 있다. 러셀 박사는 “붉은색 유니폼을 입으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더 분비돼 공격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색은 뇌 자극시켜 우울증에도 효과

붉은색이 갖는 힘은 스포츠 경기뿐이 아니다. 정신병원이나 대학 심리학과에서 사이코드라마를 공연할 때 우울증이 심한 환자에게 붉은색 조명을 비추면 환자가 다른 자극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현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교수는 “붉은색은 다른 색보다 더 많은 시각세포를 활성화하고 결과적으로 뇌의 각성 수준을 높여 우울증 환자의 자극 민감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문화권이든 가장 먼저 생겨나는 색깔 단어는 일반적으로 검정과 흰색, 붉은색이다. 뇌 손상으로 잠시 시각을 잃었다 회복되는 경우 흐릿한 흑백의 상이 보이고 점차 회복되면서 붉은색을 먼저 보게 된다. 오래 전부터 붉은색은 색 중의 색으로 인식돼온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색은 붉은색

실제로 붉은색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람 눈의 망막세포는 크게 두 가지다. 이 중 색깔을 느끼는 원추 모양의 세포(원추세포)가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긴 파장의 빛 즉 붉은빛에 민감하다. 밝은 곳에서 붉은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다만 붉은색을 오래 보면 다른 색보다 눈 주위 근육이 더욱 긴장되므로 쉽게 피로해진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