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마다 새 모델 출시가 한창이다. 차는 종종 지위와 능력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한다. 나아가 유행하는 자동차 스타일은 사회의 주된 문화 코드로 분석되기도 한다. 차의 상징성을 잘 곱씹어 본다면 세상 이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
‘자동차가 부릉부릉’(김영사·2000년)에는 차에 얽힌 호기심거리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왜 운전사들은 하얀 장갑을 낄까?’, ‘왜 자동차는 우측통행을 할까?’ 등등 사소한 소재들을 통해 자동차에 담긴 역사를 파헤쳐 보여준다.
운전사의 하얀 장갑은 방향지시등이 없었던 시절과 관련 있다. 운전자는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자신이 갈 길을 가리켜야 했는데 밤에는 하얀 장갑을 끼도록 규정되어 있었단다.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다니는 이유는 중세 기사들과 관련이 있다. 오른손으로 창을 쥐기 때문에 기사들은 말이 길 왼쪽으로 달리도록 몰아야 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길 오른쪽으로 말을 몰도록 했다. 이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그때부터 유럽에서는 말을 길 오른쪽으로 모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읽고 나면 차와 관련된 관습들이 역사적 깊이를 갖고 새롭게 다가온다.
‘자동차 문화에 시동걸기’(이가서·2005년)는 차에 대한 안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책이다. 저자 황순하 씨는 마치 예술품을 대하듯 차의 감상 포인트를 조목조목 일러준다. 차는 오감에 호소하는 작품과 같아서 명차(名車)들은 냄새와 촉감까지도 신경을 쓴다. 아우디는 후각전문연구소를 운영하며, 롤스로이스는 버튼의 촉감 하나하나까지도 예민하게 점검한다. 명품은 가격이 아니라 정성과 문화적 완성도로 결정된다는 깨달음이 가슴을 때린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돌베개·2004년)는 사뭇 색깔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자동차 중독에 빠진 현대 문명을 꼬집는다. 차는 엄청난 유지비로 가정 경제를 병들게 하고 운동 부족에 빠지게 하는 주범이다. 또한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오염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차는 우리의 편견만큼 필수품이 아니다. 환경운동가 케이티 앨버트 씨는 차와 과감히 ‘이혼’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더 많은 여유와 건강한 환경을 얻게 될 터이다. 차에 ‘중독’된 현대 문화를 되짚어 보게 하는 좋은 충고라 할 만하다. 새로운 차에 대한 소식은 늘 흥미로운 화젯거리다. 동시에 차는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끄는 소재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