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3일 오후 3시경(한국 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딥 임팩트 탐사선으로부터 높이와 지름이 각 1m인 원통 모양의 금속탄환이 분리된다. 이것은 구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중량은 372kg. 탄환은 모선(母船) 분리 직후 항법장치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항행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은 고작 하루뿐이다. 탄환 분리와 함께 딥 임팩트 모선에 장착된 고성능 망원경이 금속탄환의 타격 목표인 템펠1 혜성을 지향하고, 모선은 역사적인 충돌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궤도 조정에 들어간다.
7월 4일 오후 2시 50분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관제실. 과학자와 엔지니어, 취재진 등이 대형 스크린을 주시한 채 숨을 죽이고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모선이 템펠1로부터 500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금속탄환이 초속 10.2km의 속도로 혜성과 충돌하게 된다. 이 충격으로 템펠1 혜성 표면에는 로마의 원형경기장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분화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탄환에 설치된 카메라는 충돌 수초 전까지 혜성 핵의 생생한 모습을 찍어 1억3000만 km 밖에 있는 지구로 전송하도록 설계됐다.
“10, 9, 8…3, 2, 1, 0.”
4일 오후 2시 52분경. JPL 관제실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과, 얼싸안고 어깨를 두드리는 광경이 NASA 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그리고 얼마 후 두 대의 카메라에 포착된 충돌장면과 표면에서 분출되는 혜성 물질, 움푹 팬 크레이터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친다. 혼자 남은 모선은 혜성 먼지로부터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잠시 방향을 바꿨다가 다시 혜성을 주시하며 혜성 표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혜성은 태양계의 ‘탄생 비화’를 간직한 타임캡슐이다. 수성 금성 지구 등과 같은 ‘딱딱한’ 행성들은 주로 소행성의 충돌과 합체과정 끝에 형성됐지만,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과 같은 가스행성들은 혜성이 주원료라고 알려져 있다.
딥 임팩트는 46억 년 전 태양계 외곽의 ‘혹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혜성 내부를 최초로 파헤치게 된다. 템펠1 혜성은 1867년 빌헬름 템펠이 처음 발견했으며 그 후 5년 6개월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4년 초 허블 우주망원경과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이 혜성은 길이 14km, 폭 4km인 길쭉한 고구마 모양이다. 그리고 태양빛의 4%만 반사하는 소멸단계에 있는 혜성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딥 임팩트의 주요 임무는 무엇일까. 금속탄환을 템펠1 혜성과 충돌시킴으로써 크레이터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것은 얼마나 크고 깊은지, 크레이터 내부와, 분출된 물질의 성분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물론 충돌을 전후해 단 며칠 만에 수집된다. NASA는 크레이터 내부와 충돌 파편으로부터 태양계 생성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 금속탄환의 충격으로 템펠1 혜성의 진로를 통째로 바꿀 수 있을까. 이것은 모기 한 마리가 767 항공기에 정면충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템펠1 혜성은 ‘앙증맞은’ 가미카제의 돌격에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충돌 직후 혜성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먼지가 분출돼 15∼40배까지 밝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혜성을 맨눈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7월 4일 저녁 밝은 도시 불빛을 피해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템펠1 혜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결코 잊지 못할 화려한 불꽃놀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