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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美록펠러家손자 데이비드 록펠러씨

입력 | 2005-06-11 03:28:00

데이비드 록펠러 씨(오른쪽)가 8일 1억 달러를 록펠러대에 기부한다고 발표한 뒤 이 대학 폴 너스 총장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생일 기념으로 1억 달러를 기부합니다. 내 평생 기부금액이 일단 5억 달러(약 5000억 원)를 넘었습니다.”

돈도 많아야겠지만 왕성한 기부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명 안 될 것이다.

주인공은 스탠더드 오일의 창업자인 존 록펠러 가문의 마지막 손자, 데이비드 록펠러 씨다. 지금까지 약 3억5000만 달러를 기부해 온 그는 4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1억 달러를 기부한 데 이어 8일엔 록펠러대에 역시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돈은 그의 사후에 전달되는 조건이며 당장 쓸 돈이 필요한 MoMA에는 이자 수입으로 그의 생전에 매년 500만 달러씩 현금으로 지급한다. MoMA는 1929년 그의 어머니의 후원으로 설립됐으며 록펠러대는 그의 조부가 세웠다.

록펠러 씨는 록펠러대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곧(12일) 90세가 되는데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내 재산이 어떻게 쓰일지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이라면서 생전에 더 많은 기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만큼 거액은 아니지만 모교인 하버드대나 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세운 ‘메인 코스트 헤리티지 트러스트’에 돈을 더 기부하겠다는 뜻을 공개했다.

록펠러 씨의 재산은 경제잡지 포브스의 추산으로 25억 달러. 미국 부호 100위 안에 든다. 미술품 수집광이기도 한 그는 수백 점의 회화와 도자기, 가구 등을 포함해 1만5000점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재벌 가문 출신이라고 해서 재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재산이 있는 만큼 남을 위해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 회장을 마지막으로 25년 전 은퇴한 록펠러 씨는 요즘도 거의 매일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서 무엇인가 일을 한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전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