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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잘 먹지 않는데도 살찐다? 갑상샘 혹시…

입력 | 2005-06-13 03:09:00


백화점 의류판매원으로 일하던 심모(26·여) 씨는 몇 달 전부터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차고 땀이 나면서 금세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영양제와 보약에 의지하다가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갑상샘(갑상선)기능항진증’. 손까지 떨게 된 심 씨는 결국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갑상샘 질환은 환자가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쉽게 낫는 병도 아니어서 대부분 몇 년 이상 또는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4∼5배 더 많이 발생하며 증세가 애매해 진단과 치료가 늦기 쉽다. 치료가 너무 늦을 경우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을 부를 수도 있어 평소에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갑상샘호르몬, 넘쳐도 부족해도 문제=갑상샘은 목젖 아래에 있으며 쫙 펼친 나비 날개 모양으로 기도를 둘러싼 호르몬 분비기관이다. 갑상샘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역할은 몸의 대사 속도 조절이다. 갑상샘호르몬 분비가 많으면 대사가 빨라지고 적으면 느려진다.

갑상샘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으면 먹은 음식이 필요 이상으로 빨리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남아도는 에너지는 대부분 열로 바뀌므로 몸이 더워지고 땀이 많이 난다.

이렇게 갑상샘의 분비기능이 비정상으로 활발해지는 것을 갑상샘기능항진증이라고 한다. 대개 갑상샘이 커져서 목 앞쪽이 부어오른다. 눈 주위가 붓거나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혹시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 체질’이라면 한번쯤 갑상샘기능항진증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밥을 먹어도 금방 배가 고프고 대변을 자주 본다면 과다한 갑상샘호르몬 분비로 자율신경이 흥분돼 위장운동이 빨라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장박동이 빨라져 신경도 예민해진다.

반대로 갑상샘호르몬 분비가 너무 적은 ‘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는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탄다. 많이 먹지 않아도 얼굴과 손발이 붓고 몸무게가 늘어난다. 맥박과 위장운동이 느려 변비가 잦아지고 피부가 거칠어진다. 심하면 말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섣부른 식이요법은 피해야=갑상샘기능항진증의 경우 약물 치료로는 40% 정도가 재발하므로 수술이 요구된다. 그러나 수술 역시 재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기능저하증으로 바뀔 수도 있어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기능저하증에 대한 치료는 부족한 갑상샘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면 되므로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한번 발병하면 대부분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부작용은 없으므로 자기 몸에 특히 부족한 영양분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기능항진증이든 기능저하증이든 일단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주의할 것은 없다. 다만 기능항진증이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많이 마시면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고 땀이 많이 나는 등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과음은 피한다.

갑상샘호르몬의 합성에 요오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능저하증 환자가 해조류 환약 등을 일부러 먹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소 미역 등 해조류와 소금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이미 권장량의 10∼20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기능항진증 환자가 기운이 없다고 고단백질 고열량 식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말=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박도준 교수,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재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기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증상

기능저하증 : 손발 쉽게 붓고 몸이 차다

기능항진증 : 지나친 식욕에 몸 더워져

■ 치료

부족한 호르몬, 약으로 보충 기능저하증

약물치료 40% 재발… 수술을 기능항진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