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카이런’을 판매하기 시작한 쌍용자동차는 “세단이 울고 간다”는 카피로 이 차를 광고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면서도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문구다. 실제로 카이런은 국내 SUV 가운데 처음으로 최고급 대형 승용차에만 쓰이던 ‘후륜 독립현가식 서스펜션 시스템’을 채택했다. 양 뒷바퀴에 따로 서스펜션을 적용해 승차감을 높였다는 것. 이 차는 디자인에도 ‘스포츠 쿠페’의 날렵한 모양새를 적용했다. 쌍용차 측은 “SUV를 ‘오프로드’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서도 세단처럼 타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카이런처럼 각 차종의 장점을 뽑아 섞은 ‘크로스오버’ 차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단과 SUV의 영역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자동차(CUV·Cross-over Utility Vehicle)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와 볼보의 ‘XC70’ 등 수입차들이 먼저 국내 시장에 나오자 쌍용차가 뒤를 이었다.
○ SUV 스타일에 세단의 승차감
처음 미국 시장에서 CUV가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베이비 붐’ 세대와 관련이 있다. 194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인구가 가장 많으면서 소비 주도권도 쥐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다목적, 고급형 SUV’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다는 분석.
이런 소비 트렌드가 한국으로 넘어올 것을 예상한 수입차 업체들은 앞 다퉈 CUV를 도입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가 최근 한국 시장에 내놓은 퍼시피카도 세단과 SUV의 장점을 따왔다. 퍼시피카는 보통 SUV 보다 다소 낮은 차체로 날렵한 느낌을 준다. 벤츠 E 클래스 세단에 사용하는 뒷바퀴 서스펜션을 적용해 기존 SUV에 비해 편안함과 안정감을 높였다. 2인승씩 3줄로 배치한 데다 좌석을 접을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이 밖에 GM코리아의 ‘캐딜락 SRX’나 렉서스의 ‘RX330’ 등도 세단의 승차감을 강조한 ‘도시형 크로스오버 SUV’로 꼽힌다.
○ ‘이종교배’도 갖가지
볼보의 XC70은 세단과 SUV에 왜건의 장점까지 합해 놓은 차다. 고급 세단 S80의 플랫폼(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차는 특히 뒷좌석에 싣는 짐의 크기와 양에 따라 좌석을 이동해 다양한 형태의 좌석 배치가 가능한 ‘다목적’이어서 관심을 끈다. 푸조의 ‘307SW’ 역시 뒷좌석을 뗄 수 있어 짐을 실을 때 활용 폭이 넓다.
CUV 중에는 스포츠카와 SUV의 경계를 허문 것도 있다. 포르셰의 카이엔 라인업은 SUV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성능은 웬만한 스포츠카를 뛰어넘는다. 카이엔 터보는 최고 출력 450마력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는 데 5.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새로운 CUV의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는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각각 콘셉트카 ‘포티코’와 ‘T2X’를 전시했다. 이들 두 차종 역시 세단의 스타일과 안락함, SUV의 기능을 적절히 안배한 미래형 CUV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