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시험공부를 하고 싶다.”
기말고사 준비로 바빴던 지난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우연히 읽게 된 대자보의 구절이다. 나는 솔직히 시험공부가 하기 싫은데 공부를 하고 싶다니….
알고 보니 교내 청각 장애학우들이 제대로 된 학습 환경을 보장해 달라며 쓴 글이었다.
서울대가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한 것은 2002년부터다. 해마다 10명 안팎의 장애학생이 입학하고 있다. 합격자 발표 때에는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며 주목을 받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캠퍼스가 워낙 넓다 보니 몸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은 강의에 지각하기 일쑤다. 점심시간에는 식당 앞에 늘어선 긴 줄을 기다리기 어려워 밥 한 끼를 제대로 먹기도 힘들다.
1인 시위 등의 노력으로 저상 셔틀버스가 도입된 덕분에 거동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의 사정은 이제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문제는 청각 장애학생들. ‘대필 도우미’ 학생이 노트북 컴퓨터로 강의 내용을 받아 치며 도와주지만 타자 속도가 느려 수업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일부 청각 장애학생은 열악한 학습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휴학을 반복하다 자퇴까지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각 장애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할 경우 그들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의식도 문제다. 도서관의 ‘장애학우석’은 거의 비장애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미 뽑아 놓은 학생들의 학습 환경도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우수 학생을 새로 뽑을 궁리만 하는 학교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생각도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고은정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