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통일대축전’에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양행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안겨준다. 그의 방북은 한미 정상이 ‘북핵 불용(不容)’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북핵 문제가 중대고비를 맞은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함의가 크다. 정 장관 개인으로서도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다.
축전이 기념하고자 하는 2000년 남북공동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명(明)과 함께 암(暗)도 존재한다.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개성공단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등 남북 간 교류협력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대북(對北) 지원을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빚어졌고 한미동맹에도 틈새가 벌어졌다. 더욱이 북한은 공동선언 이후에도 핵개발을 진행했다고 자인하고 선전까지 하고 있다. 미 행정부 일각에서 “남북회담이 북한에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만 벌어준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흘 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네번째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개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 복귀 자체를 위한 새로운 당근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졌다. 다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 장관은 북측에 ‘기회의 창(窓)이 언제까지 열려 있는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를 집중 설득해야 한다. 자칫 ‘민족끼리’라는 감성적 명분에 휘둘려 민간행사에 들러리 서거나 책임질 수 없는 정치적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여권의 유력한 대권 예비후보의 한 사람인 정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일정’을 염두에 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급급할 가능성이다. 남북관계사를 돌이켜보면 북한을 ‘정치적 카드’로 이용해 성공한 전례가 드물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는 냉철한 계산과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더욱이 ‘잘못된 합의’는 ‘무(無)합의’보다 나쁘다. 정 장관은 안보책임장관으로서 북핵문제의 돌파구 마련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