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영양학자 스티브 권 박사(왼쪽)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농축산부 관계자들과 콩 경작지를 둘러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
스티브 권(권순영·57) 박사의 공식 직함은 미국 네슬레사의 영양학자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콩 박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산 가브리엘 밸리 트리뷴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 재미교포인 권 씨와 그가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영양교육 인터내셔널(NEI)’의 활동을 소개했다.
권 씨가 아프간에 콩 재배를 전하게 된 계기는 2년 전 아프간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웅덩이 물을 그냥 마시고 뼈가 약해진 여인들이 진통제를 밥 먹듯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부터였다.
그가 이들을 위해 들고 나온 것이 콩이었다. ‘난’(아프간식 빵)과 차로만 연명하는 아프간인들에게 콩은 단백질과 섬유질 같은 영양소를 제공하고 허기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콩 재배면적 증가로 아프간의 악명 높은 작물인 양귀비도 추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콩은 거의 재배된 적이 없는 작물.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해 10월 NEI를 결성하고 틈만 나면 아프간을 찾아 세미나와 워크숍을 열었다. 주제는 건강을 위한 영양학. 콩이나 우유를 통한 단백질 섭취가 아프간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의 정성에 감동한 아프간 정부가 콩을 재배할 땅 30에이커를 99년간 무상으로 빌려주었다. 현지인을 설득하고 재배법을 가르친 끝에 첫해인 2004년엔 이라크 북부 마자르 이 샤리프 지역에서 5에이커의 시험재배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 4월에는 12군데에 콩을 심었다. 올가을엔 아프간 32개주 전역에서 시험재배를 할 계획이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한 권 씨는 1968년부터 3년간 베트남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