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귀국한 ‘2005 한국 초모랑마 휴먼 원정대’의 엄홍길 등반대장(오른쪽)이 마중 나온 지인과 포옹을 하고 있다. 엄 대장은 베이스캠프에서 허리를 다치는 등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도 지난달 29일 원정 76일 만에 박무택 씨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인천=연합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박)무택이를 양지바른 곳에 안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1년 전 에베레스트(해발 8850m)에서 숨진 박무택(朴武宅·당시 36세) 씨 등 3명의 산악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떠났던 엄홍길(嚴弘吉·45·트렉스타 이사) 씨가 이끄는 ‘2005 한국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 지명) 휴먼 원정대’가 13일 오전 7시 타이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산악인들은 숨진 동료를 차가운 산속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3월 14일 티베트 현지로 출발한 원정대는 원정 76일 만인 지난달 29일 엄 씨와 15명의 셰르파가 3차 공략에 나서 해발 8750m에서 박 씨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원정대는 해발 8600m의 양지바른 곳에 돌무덤을 만들어 박 씨를 안치했다. 아쉽게도 나머지 2명의 시신은 수색에 나섰으나 실패.
엄 씨는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결국 약속을 지켜 마음이 편하다”며 “앞으로도 국적에 상관없이 산에서 숨져간 산악인들의 시신 수습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엄 씨 등 원정대원들은 이날 오후 대구 계명대 바우어관에서 열린 박 씨 등의 추모식과 팔공산 비사골 추모 동판 제막식에 연이어 참가해 안전띠 등 에베레스트에서 찾아온 유품들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위로했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