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괴담]빚독촉 동창생 딸 유괴후 살해

입력 | 2005-06-14 03:20:00


친구의 초등학생 딸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다 살해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3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노모(33) 씨와 정모(33) 씨는 10일 오후 3시 반경 강동구 상일동 도로에서 음악학원에 가던 김모(7·초등학교 1년) 양을 차량으로 납치했다.

김 양의 아버지(34)와 초등학교 동창인 노 씨는 김 양을 태워 경기 하남시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차에서 내린 정 씨는 공중전화로 김 양의 부모에게 9차례에 걸쳐 협박 전화를 걸어 1억5000만 원을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노 씨는 다음 날 오전 1시경 김 양을 경기 이천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

경찰은 공중전화가 걸려온 인근 은행의 폐쇄회로(CC) TV를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휴대전화 추적 끝에 13일 새벽 인천의 한 PC방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노 씨는 2년 전 조명사업을 하면서 김 양의 아버지에게서 5000만 원을 빌렸다가 빚 독촉을 받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노 씨는 PC방 등을 전전하다 평소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정 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납치 당일 오후 8시 반경 강동구 천호동 도로에서 당시 행동이 수상쩍었던 정 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하다가 풀어준 것으로 드러나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씨는 경찰 앞에서 노 씨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경찰이 전화를 가로채자 노 씨는 “정 씨를 모른다”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이후 노 씨는 정 씨가 경찰에 붙잡혔음을 직감하고 휴대전화를 끄고는 김 양을 살해했다.

또 경찰은 신고 뒤 김 양 가족에게 걸려온 협박 전화 5통을 한 번도 녹음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의 진술이 노 씨와 일치하지 않아 의심을 했지만 경황이 없어 당시로서는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