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평양 6·15 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단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통해 북한 지도부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는 ‘남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미국과 함께 체제 안전보장은 물론 대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1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수교(修交)를 염두에 두고 ‘보다 정상적인 관계도 가능하다’고 밝힌 대목을 설명하다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 장관으로부터 방북 보고를 받고 “이번 대북 접촉이 북핵 문제의 매듭을 푸는 데 도움이 되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이날 “이번 방북 때 정 장관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면담하게 될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정 장관이 평양에 도착하고 나서 2, 3일 후에 ‘좋은 일’이 생기면 곧바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장관이 사실상 노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정 장관이 노 대통령의 친서(親書)를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친서는 없다”고 부인했으나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친서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 장관이 16일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남측에서 진행될 8·15 공동행사에 북측 당국대표단 파견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선언 5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통해 “정부는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할 계획”이라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4일 여야 5당 대표와 3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