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을 통해 높아진 일체감과 동질감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축구의 활성화에는 틀림없이 기여했다. 그 이후부터 한국 축구는 일거수일투족이 온통 국민의 관심사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한 대비로 벌써부터 국민들은 술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아울러 2002월드컵은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혁신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4강 달성이라는 축구 그 자체의 성과도 있었지만, 질서정연했던 응원단의 시민의식과 출렁거렸던 성숙한 시민 에너지는 외국인에겐 하나의 충격이었고, 우리 한국인 스스로도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자화상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변화는 계속 이어져 가야 했다. 국민적 자부심과 출렁거리는 에너지를 국민 화합과 국력 증대의 계기로 잘 활용했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릴레이는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 엄청난 자부심과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되는 등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벌써부터 사회는 술렁거린다. 다시금 2002월드컵의 분위기가 살아나려 하고 있다. 당시의 훌륭했던 시민의식과 공중도덕의 태도를 다시 유지, 존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축구에 대한 대비는 축구협회가 있고, 전문가가 있다. 박주영 선수 같은 축구 천재도 발굴했고,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제 좋은 성과를 기대하며 응원하면 된다.
그러나 시민의식은 다르다. 우리의 자부심을 한층 고양시켰던 친절, 질서, 청결의 미덕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자꾸 일깨워 주어야 한다. 누군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민의 미덕과 공중도덕이 지켜지고 활성화되도록 일관성 있는 방향과 목표 및 전략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2006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2002월드컵의 감동을 재현시켜야 한다. 그래서 국민적 자부심과 일체감 그리고 동질감을 다시금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 침체 국면에 빠진 국가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06 독일 월드컵은 아름답고 멋있는 시민의식의 활성화와 공중도덕의 엄정한 준수 등 업그레이드된 시민정신으로 우리의 자화상을 아름답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결코 일그러진 자화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 6월 9일에 독일 월드컵 개막식이 치러지고, 7월 9일엔 결승전이 치러질 예정이다. 꼭 1년이 남은 셈이다. 그때는 서울 광화문 일대나 시청 앞 서울광장 등에서의 거리 응원도 부활할 것이다. 2006년 대한민국의 광장과 지하철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친절, 질서, 청결의 아름다운 시민의식을 다시 한번 꽃피우도록 다짐하자.
1997년 이래 이 역할을 해 온 시민운동으로 ‘문화시민운동’이 있다. 2002월드컵에서도 ‘붉은 악마’ 등 응원단 및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질서유지 활동과 함께 시민의식 고양에 상당히 기여한 바 있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도 문화시민운동이 그 큰 역할을 잘해주기를 기대하며 정부 당국도 이 일의 중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기를 바란다.
문용린 서울대교수·전 교육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