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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경매 과열양상… 초보자 피해 줄이려면

입력 | 2005-06-15 03:15:00

최근 법원 경매가 인기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매는 절차가 복잡하고 이해득실도 잘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A 씨는 최근 싼값에 오피스텔을 구하려고 경매에 뛰어들었다가 수백만 원의 입찰 보증금만 날리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법원 감정가 1억7000만 원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H오피스텔을 감정가의 7배에 가까운 11억2100만 원에 낙찰 받은 것. 입찰표의 입찰가액란에 ‘1억1210만 원’을 써 넣으려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낙찰을 포기해 870여만 원의 입찰 보증금을 몰수당했다.

법원 경매가 재테크 수단으로 일반화되면서 A 씨처럼 낭패를 보는 초보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분석 없는 경매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 과열되는 경매 시장

일반인이 경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말 외환 위기 이후 경매 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이 많아지면서부터. 최근 몇 년 사이 경기가 다시 나빠지면서 경매 시장이 활성화되자 많은 사람이 ‘옛 기억’을 되살리며 경매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경매시장은 상식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돈’만 있고 ‘경험’은 없는 초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세나 수익률 분석 없이 분위기에 휩쓸린 고가(高價) 낙찰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6.0%였던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올해 2월 76.2%, 4월 78.7%, 5월 81.1%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낙찰을 받더라도 큰 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 어이없는 실수 속출

입찰가액을 잘못 적어 낙찰 받고도 포기하는 ‘황당한’ 실수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 경매가 과열되면서 현장에서 입찰가액을 쓸 때 주변의 산만하고 조급한 분위기에 휩쓸려 끝에 ‘0’을 하나 둘 더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낙찰 받은 금액이 감정가의 6∼20배까지 치솟기 때문에, 낙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2002년 7월 민사소송법이 바뀌면서 입찰표에 쓰는 입찰보증금의 기준이 달라진 것도 초보자들이 실수하는 이유 중 하나.

예전에는 입찰가액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적어 내야 하기 때문에 입찰가액을 제대로 적었는지 비교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저 감정가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적도록 돼있다. 입찰가액을 제대로 썼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턱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아 놓고 결국에는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 피해 안 보려면

무엇보다 입찰표를 적을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입찰가액을 ‘억’ ‘천만’ ‘백만’ 등 단위 금액란에 정확하게 적었는지 여러 번 확인한 뒤 제출해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시간이나 분위기에 쫓겨 성급하게 적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경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부동산 경매정보 제공업체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호재가 있으면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신중한 투자자만이 경매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