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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워치]日 센다이市 도호쿠大

입력 | 2005-06-15 03:15:00

도호쿠대 미래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의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압력센서 관련 데이터를 점검하고 있다. 센다이=박원재 특파원


일본 시마즈제작소의 평범한 회사원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씨가 학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일본 학계는 경악했다. 그러나 다나카 씨가 동북부 센다이(仙臺) 시의 도호쿠(東北)대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ISI에 따르면 1994∼2004년 이 대학의 학술논문 인용 횟수는 재료과학 분야에서 세계 2위다. 개인별 상위 20위 안에 이 대학 현직 교수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물리학은 도쿄대에 이어 일본 2위이자 세계 17위, 화학은 세계 19위다.

센다이 시내의 녹지에 자리 잡은 도호쿠대 캠퍼스의 미래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 4층 건물의 실험실 곳곳에서는 50여 명의 연구진이 초여름 더위도 잊은 채 컴퓨터 및 반도체 기계와 씨름하고 있었다.

연구센터를 이끄는 이는 고밀도집적회로(LSI) 연구의 권위자인 에사시 마사요시(江刺正喜) 교수. 100개 이상의 기반기술을 보유한 그는 기업과 공동작업해 10여 개 제품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승용차가 급회전할 때 차체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회전센서를 에사시 교수팀과 함께 개발해 대표 차종인 크라운에 장착했다. 2차원 광스캐너, 다이아그램 진공계, 휴대용 pH센서 등이 에사시 교수팀의 손을 거쳐 시판된 상품.

에사시 교수는 “연구 아이템을 정할 때 반드시 상업적인 이용을 염두에 두지는 않지만 실험이 성공리에 끝나면 관련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호쿠대에서 자체 배출한 벤처기업만도 30여 개에 이른다. 히타치, 스미토모정밀, 미쓰비시중공업 등 40여 개 제휴기업들은 전문인력을 파견해 공동으로 연구한 뒤 연구 성과를 신제품 제조에 활용하고 있다.

이 대학 연구팀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의 생산비를 90%까지 감축할 수 있는 새 마이크로칩 제조공정을 개발했다. 또 휴대전화와 광고판 등의 빛을 내는 데 쓰이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산화아연을 이용해 만드는 데 성공해 저가 양산의 길을 열었다.

중소기업이 직접 하기 힘든 초정밀 제품의 연구개발(R&D)을 대신해 주는 것도 도호쿠대 연구팀의 특징. 에사시 교수는 “기존 주력산업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재도약을 하려면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연구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과학 특화와 산학 연계로 지방 소재라는 약점을 극복한 도호쿠대의 사례는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한 대학 하나가 지역 경제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가를 실증하고 있다.

사토 노부오(佐藤信夫) 센다이 시 기획국장은 “도호쿠대 덕택에 유망 벤처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찾아 센다이로 몰리고, 이에 따라 도시 전체가 젊어졌다”고 말했다.

센다이=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