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이 20일 서울에서 하루 일정으로 열린다. 개최 자체를 놓고 오락가락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제 청와대 오찬에서 3부요인과 정당대표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회담을 연기하지 말라”고 한목소리로 권고한 것도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가 갖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던져진 가장 큰 숙제는 신뢰회복이다. 그간 양측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호신뢰에 상처를 냈다.
청와대가 정상회담 연기를 검토했던 1차적 원인은 일본 쪽에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국을 배려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하라”는 일본유족회의 요청까지 거부하고,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이 “군위안부라는 말은 본래 없었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결과가 뻔한 회담을 무엇 때문에 하느냐’는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청와대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동북아 균형자론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며 일본 측을 자극한 것이나,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요망한 일본 측에 “한미정상회담 이후 날짜를 잡자”며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도 외교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노 대통령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할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는 ‘나 홀로 고함지르기’가 아니다.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사안들을 놓고 접점을 찾기 위한 외교 노력 또한 긴요하다. 특히 ‘발등의 불’인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공조체제를 복원시켜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 참배문제에 대해 대국적인 결단을 내려야 옳다. 이 문제 등으로 인해 중국과 수년째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고, 한국과도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두 정상은 이번에야말로 ‘국내정치’를 먼저 의식하지 말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오해를 최대한 풀고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