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 온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15일 황 교수와 만나 ‘생명윤리’에 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어서 양측의 이견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본보 13일자 A6면 참조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5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 주교관 내 정 대주교 집무실에서 정 대주교와 황 교수가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나 종교계에서는 이날 회동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의견 접근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황 교수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할 수 없는 데다 정 대주교도 교황 베네딕토 16세까지 나서 천명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 반대’란 가톨릭의 입장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에서 정 대주교는 ‘인간 존엄성의 파괴가 우려되는 배아 줄기세포의 연구’ 대신 윤리적 논란이 없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배아 줄기세포 연구 입장은…▼
현재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각 종교의 입장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천주교는 창조론에 입각해 정자와 난자가 합쳐 수정란이 만들어질 때부터 하느님의 입김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정란이 자란 배아는 인간생명이라고 본다. 정자 대신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배아 역시 생명체로 여긴다. 따라서 이를 조작하는 행위는 인간존엄성을 모욕하고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절대 반대하는 것.
반면 불교는 천주교처럼 아직 통일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소극적 찬성으로 분류된다. 많은 불교학자들은 ‘불설포태경(佛說胞胎經)’이란 경전에 근거해 ‘생명을 생명으로 만드는 핵심인 중음신(中陰神)이 깃들어야 생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중음신은 수정란이 만들어진 2주 후에 깃든다’고 본다. 즉, 2주 이내의 배아는 온전한 생명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 자문위원인 박병기(윤리학) 한국교원대 교수는 “불교에서는 자비와 인연이 중요하다”면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자비를 행하더라도 인연에 어긋나는 인위적 생명조작에는 업보가 따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독실한 불교 신자다.
한편 개신교는 창조론의 입장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지만 그 강도는 천주교만큼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산하 교회와 사회위원회의 김홍식 간사는 “개신교 전체 분위기는 찬성 반대가 반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줄기세포는 근육 뼈 뇌 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의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만능 세포. 이 중 배아 줄기세포는 여성의 난자에 줄기세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배아에서 채취한 것으로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과 뛰어난 증식력을 갖고 있다. 반면 성체 줄기세포는 사람의 골수나 탯줄혈액 등에서 채취할 수 있으며 구체적 장기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 증식력이 떨어지고 특정 조직으로만 전환되는 방향성을 띤다는 게 단점이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